우정의소중함 연극으로 배워요-하늘땅소극장의 "거울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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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천사 선생님은 52일간 무단결석한 동일이를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셨고 끝내 학교로 되돌아오게 만들었습니다.계속되는 교감선생님의 질책에도 굴하지 않으셨습니다.그러나 대부분의 학교에서는이런 「문제아」들을 정학처분하고 있습니다.선생님 은 어떻게 그렇게 할수 있었습니까.』 『사실 문제아는 자신이 아니라 주변에서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교사가 해야할 일은 학생이 본연의 자리로 돌아올수 있도록 언제나 기회를 주고 믿음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10월의 마지막 주말인 29일 늦은오후,연극『거울보기』가 공연되고 있는 서울동숭동 하늘땅(2관)소극장.2시간여 계속된 공연이 모두 끝난후 중고생.교사.학부모등 60여명의 관객이 극중인물들과 나누는 날카로운 질문과 토론은 연극못지 않게 극장안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배우가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존의 형식에서 탈피,배우들이 스토리를 전개하고 관객의 토론과 참여로 연극을 완성하는이른바 「교육연극」으로 진행된 이날 공연에서 관객들은 등장인물들과 격의없는 대화를 나눴다.
주말공연이라 중고생 관객이 많아서인지 질문은 마세희.이동일.
천사선생님에게 집중된다.마세희에게는 학교를 자퇴한뒤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학교를 그만둔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지,장래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등을 집중적으로 물었다.천사선생님에 게는 50일이상 무단결석한 학생을 제적처리하지 않고 기다릴수 있었던 교육관등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거울보기』는 인문계 고등학교 2학년 교실을 무대로 전개되는교육극.학교생활이 불필요한 유예기간이라고 생각한 나머지 52일간의 방랑을 떠난 동일,자신의 생활을 포기하다시피 하면서 친구동일이를 찾아나서는 지식,동일의 제적을 막기위 해 윗사람에게 시달리고 고민하는 천사선생님등이 한데 얽혀 벌이는 얘기다.『가까이 있는 친구의 얼굴을 보아라.그 친구의 얼굴이 여러분의 거울이다.우정이 깊을수록 더욱 깨끗한 거울이고 그런 거울에 비쳐진 자신의 모습을 사심없이 바라볼 수 있는 사람만이 발전할수 있고 좋은 친구를 가질수 있다.거울에 비쳐진 자신의 모습이 추하다고 그 거울을 깨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바란다.』 2학년을 마치는 종업식날,천사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충고의 말이다.이는 이 연극이 주는 메시지이자 우리 교육현실에서 되돌아봐야할 중요한 의미로 다가온다.
기획.제작을 맡은 개그맨 출신 연극인 이원승(李原丞)씨는『놀이형태를 빌려 교육할수 있는게 이 연극의 특징』이라며 『경쟁과입시로 치닫고 있는 우리의 학교현실에서 친구와 우정에 대해 생각해볼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어 이 연극을 기 획하게 됐다』고 제작동기를 밝혔다.
앞으로 소극장 하늘땅(2관)을 교육연극 전용극장으로 삼겠다고의욕을 밝힌 그는 우리 사회에 산적해있는 교육문제를 연극을 통해 풀어보려는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李貞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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