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에서>여배우의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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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생활속에서 흔히 보는 것중 하나는 의약품 광고다.지하철이나 버스안 또는 텔레비전.라디오.여성잡지에 이르기까지 의약품 광고의 홍수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텔레비전에 중년이 된 미모의 여배우가 양손을 가지런히 붙잡고눈물을 흘리는 모습의 광고가 있다.
바로 신경통.관절염 광고다.
여배우가 손이 저려 눈물을 흘리면서 아파하고 있는 것이다.아마 주변에 손 또는 어깨의 관절통으로 고생하는 주부가 꽤나 많으리라고 생각된다.
손은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부분이다.글씨쓰고,전화받고,컴퓨터를 치며,요리하고 또는 반가움의 표시로 악수를 하건 이 모든 것이 다 손으로 이뤄진다.여성들의 가사노동도 바로 손의 노동이다.특히 우리가 청소할때 쓰는 걸레는 기계보다 손 으로 짜고 세탁기를 사용한다 해도 일부 빨래는 반드시 손을 사용하게 마련이다.이렇게 알게 모르게 쉬지않는 손놀림은 40대 후반 여성들을 환자 아닌 환자로 만들게 한다.손의 노동량이 많아 생긴 병중에는 손목을 통과하는 정중(正中)신경 이 눌려 저린 경우가 많다.이를 「수궁관(手弓管)증후군」이라 하며 손이 몹시 저리며심하면 잠도 설치고 밤중에 깨기도 한다.
엄지 손가락 밑에 도톰하게 차있어야 할 근육이 위축돼 엄지의힘이 약해져 간혹 찻잔을 떨어뜨리거나 물건을 오래 잡지 못하는경우도 있다.대부분의 환자는 40대후반 여성들이며 초기에 발견하면 10분정도의 간단한 수술로 해결이 될 것 을 오랜 기간 견디어오다가 결국 수술을 해도 회복불능의 상태로 만들어놓는 경우가 많다.
수궁관증후군은 근전도및 신경전달 검사로 명확하게 진단을 내릴수 있으며 치료 역시 정중신경을 누르고 있는 손목인대를 간단히절개해 줌으로써 해결된다.그러나 이 질병의 홍보부족으로 많은 여성들이 치료시기를 놓치고 회복불능 단계까지 간 상태에서 병원에 오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
〈고려大의대교수.성형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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