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는 즉각 난국을 논의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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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꺼번에 사람이 수십명씩 숨지는 대형 참사가 잇따라 일어나고있는데 지금 국회는 뭘 하고 있는가.
야당이 성수대교붕괴의 책임을 물어 내각총사퇴를 요구한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그리고 그런 요구를 정부측이 묵살한데 대해 격앙하고 행동으로 항의를 표시한 것도 수긍할만 한 일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국회를 며칠씩 공전(空轉)시킨다면 야당은 어디 가서 책임을 추궁하고 대책을 따질 것인가.도대체 내각총사퇴 요구를 국회운영과 결부시킨 것부터 잘못이었다.내각이 사퇴하면 국회를 열고 사퇴하지 않으면 국회를 못열겠다는 그런 논리가어디 있는가.
폐회중이라 해도 큰 일이 터지면 즉각 국회를 열어야 할터인데열려있는 국회를 며칠씩 공전시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더구나 성수대교붕괴라는 충격적 사건에 이어 유람선 화재로 떼죽음을 당하는 어이없는 사건까지 터져 온 나라가 뒤숭숭하고,국민의 위기감.불안감이 팽배해 있는 상태다.전국의 교량.지하철.
고가도로등에서 모조리 부실.위험의 진단이 나오고, 정부의 대책이란 것이 과연 믿을만한지도 의심스런 지경이다.
이런 엄청난 난국(難局)을 맞아 국회가 나서지 않으면 누가 나서겠는가.밤새워 토론을 벌이고 정부측을 닦달해도 모자랄 판이다.여야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즉각 국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성수대교붕괴후 정부가 벌이고 있는 각종 사후대책들은 방향을 제대로 잡고 있는지,다른 한강다리들은 당장 건너 다녀도괜찮은지,부실.위험요소를 해소할 안전조치는 제대로 취하고 있는지…등 지금 국민이 절박하게 묻고 있는 사항들을 국회가 규명해줘야 한다.
그리고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든 정부측의 책임과 공직사회의 복지부동(伏地不動),행정의 문제점들도 국회가 소상히 파악해 개선책을 강구해야 한다.우리가 보기에 국회에 나와있는 예산안도 대폭 뜯어고쳐야 할 것이며 제도정비도 할 것이 많 다.국회로서는 할 일이 산더미 같고 주어진 시간은 얼마 없다.거듭 말하지만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빨리 국회를 열어 이 난국을 논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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