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강다리 혁신적 안전진단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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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울의 강남.북(江南.北)을 잇는 이른바 15개 대교(大橋)들 전부에 대한 시급한 안전조사가 필요하게 됐다.이들 다리는 대체로 60년대의 경제형편,설계.시공및 감리 수준,통행량추정에따른 사고방식으로 만들어졌다.이미 이렇게 건설되 었기 때문에 지금 와서 특별한 조치를 취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 유지.
보수하는 책임관청의 여태까지의 태도였다.옛날에 이미 그렇게 건설되어 있는 다리에 관해 지금 와서 이러쿵 저러쿵 들쑤신다고 뭐 뾰족하게 좋아질 수도 없는 터에 평지풍파나 일으킬 필요가 있겠느냐는 사고방식이 지배해 왔다.안전검사를 한다고 해도 겨우외관에 대한 찰색(察色)정도에 머물곤 한다.일이 터져도 검사한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게 된다.이런 안전검사 제도와 태도가 이번 사고를 불 러일으킨 근본원인이다.
60년대식 건설행정의 관행과 설계.시공.감리제도로 건설되었다는 그 사실때문에라도 그때 보다 소득.통행량등이 1백배나 늘어난 2000년대를 바라보는 지금의 안전검사는 그만큼 더욱 철저해야 한다.안전검사의 기술성.독립성.예산규모가 이 일의 중요함에 비추어 중점적으로 배려되어야 할 것이다.인적.제도적 관행에묶여 이런 쇄신된 안전검사가 내국기관으로서는 어려워 보인다면 외국 전문회사나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온정적.미봉적 안전검사로는 한강 다리가 갖고 있는 치명적결함의 전모를 밝혀낼 수 없다.
이 일을 실행하는데는「1994년 한강다리 안전검사팀」같은 임시 특별기구를 청와대 안에 구성하는 것도 권하고 싶다.『언제 어떤 다리가 또 주저앉을지 몰라 한강을 건너기 겁난다』는 심정을 토로하는 사람이 거개다.맨땅을 자동차로 달리는 데도 움찔 움찔해 진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실제로 제2,제3의 성수대교붕괴가 15개 한강의 대교들에서 계속 일어날 수도 있다는 현실을 정부는 직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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