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003년 북한 핵공격 계획 수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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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이 2003년 이래 북한에 핵무기 공격 계획을 수립, 유지해 왔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22일 보도했다. VOA는 미 전략사령부 (STRATCOM)의 '2003 전략 핵전쟁 계획서'를 최근 입수한 미 핵 과학자 한스 크리스텐슨 박사의 주장을 근거로 이같이 보도했다.

크리스텐슨 박사는 "이 계획서는 러시아와 중국 외에 처음으로 '지역국가(Regional States)'들을 포함했다"며 "이는 대량살상무기 확산 국가들을 미국의 주요 핵전쟁 계획 대상에 넣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입수한 문건에는 지역국가들이 어디인지가 삭제됐다. 그러나 그는 "문건에서 핵 공격 계획 설명용으로 사용된 사진은 북한의 대포동 1호 미사일과 리비아의 지하 핵시설 등"이라며 "따라서 지역국가들이 어디인지는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계획서에는 미국이 이들 지역국가를 핵 공격할 경우 구체적 목표도 지적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핵무기 발사 시설 ▶화학무기와 생화학무기 저장소 ▶대미 공격을 지시하는 사령부 시설 등이다. 이와 함께 북한은 미 국방부의 핵 태세 검토 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에서도 이란.시리아 등과 함께 "핵 공격 계획 수립 필요가 있는 국가들의 예"로 지목됐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크리스텐슨 박사는 "핵무기가 없는 것으로 밝혀진 이라크와 핵무기를 포기한 리비아는 2005년 전략 핵전쟁 계획서에서 삭제됐지만 북한과 시리아.이란에 대한 핵 공격 계획은 7월 현재까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미 전략사령부가 2003년 대북 핵 공격 계획을 수립한 배경은 2001년 9.11 테러로 미국이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극도의 경계심을 갖게 된 때문으로 보인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그러나 크리스텐슨 박사는 핵무기를 포기한 리비아가 핵 공격 대상에서 제외된 선례를 지적하면서 "북한도 지금처럼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관계 진전이 이뤄진다면 미국이 대북 핵 공격 계획을 없애는 건 시간문제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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