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초능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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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심리학에「사이코미트리」(psychometry)라는 용어가 있다.어떤 물건을 만져보고 그 물체의 과거.운명.소유주등 관련된모든 것을 알아내는 신비로운 능력을 지칭한다.이 용어를 만들어낸 사람은 19세기 중엽의 미국 심리학자 조지프 뷰캐넌박사였다.그의 주장인즉「사이코미트리」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능력이지만 보통사람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이를 억누르고 있다는 것이다.그는 이와 관련한 수많은 실험을 실시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어떤 학생을 대상으로한 실험이었 다.각종 금속을 종이에 싸서 탁자위에 올려놓고 살짝 건드리게 한 결과 그 학생은 놋쇠.
철.납등을 정확히 알아맞혔다.
뿐만 아니라 설탕.식초.고춧가루등의 물질도 정확하게 구별해냈다. 뷰캐넌에게서 영향을 받은 보스턴대학의 한 교수도 그의 누이동생에게 모르는 사람의 편지를 읽게한 결과 편지를 쓴 사람의성격뿐만 아니라 신체적 특징이나 주변의 환경까지도 정확히 묘사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이후 「사이코미트리」는 범죄 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동원되기도 했다.20여년전 모스크바의 어떤「사이코미트리스트」는 방안에 앉아 어린이 살해범을 체포하게 해세상을 놀라게한 일도 있었다.
뷰캐넌은 이를 인간의 두개골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았다.두개골은 사람의 어떤 성격을 나타내며,감수성이 강한 두상(頭像)을 지닌 사람에게서「사이코미트리」의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는 못했을 뿐더러 인간의 초능력.초자연 현상을 인정하는 사람들조차『우주의 합리성과 논리성을부정하는 것은 중세(中世)의 미신으로 되돌아가려는 것과 다를바없다』는 주장을 견지하고 있다.
최근 한 여중생이 2백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가리개로 눈을완전히 가린채 손바닥만으로 책을 읽어 관련학계에서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다.만약 그 신비가 과학적으로 입증된다면 우주의 질서를 깨뜨리고 조물주의 뜻을 거스르게 될 는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가슴이 섬뜩해지기도 한다.아무려나 우리나라에서도「사이코미트리」가 범죄수사에 이용될 수만 있다면 미궁에 빠진 수많은 사건들이 속시원하게 해결될 수도 있을테고,특히 성수대교 참사 따위의 돌발사건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엉뚱한 기대가 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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