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남북경협-경수로지원 허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원칙 유상(有償),사실상 무상(無償)」.
북한에 대한 경수로 지원의 조건을 현 단계에서 가장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말이다.
이제 곧 구체적인 협상에 들어가야 하고 그 때마다 구체적인 입장을 국내외에 밝혀야 할 정부가 고민하고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우리는 말 할 것도 없지만 북한측도 처음부터 무상 지원이라는 말에 대해서는 심한 거부 반응을 보여 왔다.남한으로부터 수조원의 자금을 공짜로 받을 경우 북한 주민을 설득할 명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으로「유상」을 담보하느냐가 현실적인 고민이다.우선현금(달러)은 일단 배제된다.
지난해말 현재 북한의 외채는 1백3억달러로 국민총생산(GNP)의 절반을 넘었다.무역수지도 연간 6억달러 안팎씩 적자를 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현물을,더 구체적으로는 경제성 있는 비철금속을 생각할 수 있다.
경제기획원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경제성 있는 유용한 광물을 2백20여종 가지고 있다.
이중 마그네사이트 매장량이 세계 1위인 65억t이며,중석.몰리브덴.흑연.형석등 7가지도 매장량이 세계 10위권 안에 든다. 그러나 이들은 북한의 주요 외화획득원(源)이다.달러나 마찬가지인 이들 광물을 북한이 선뜻 원전 대금으로 주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옛 소련에 준 차관을 돌려 받기 위해 우리 정부가 현금이 아니면 알루미늄등 광물자원을 지목했으나 러시아가 무기쪽을 고집한것이나 마찬가지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결국 그다지 값이 나가지 않고 양도 풍부한 석탄을 북한측이 카드로 뽑을 가능성이 많다고 북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여기에 자원개발권도 생각할 수 있는 방법중 하나다.
명태등 수산물로 상환받거나 어획 쿼터를 확보하는 것도 예상할수 있으나 40억달러의 건설 비용을 감안하면「푼돈」이나 같아 역시 한계가 있다.
경수로가 완공된 다음 거기서 생산되는 전기로 되돌려 받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으나 이것도 한계가 있다.
가능한 한 지혜를 짜 내고 협상을 잘 이끌어야 하겠지만 이래저래 현재로선 원전 유상지원은「명분용」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沈相福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