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매각 삐걱 … 프로야구 ‘뒤뚱뒤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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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STX와의 프로야구 현대 매각협상 결렬이 만만치 않은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10월로 예상했던 협상 타결은 12월 이후로 미뤄졌다. 하일성 KBO 사무총장은 “12, 1월은 선수들 연봉을 지급하지 않는 기간이라 여유를 가지고 협상에 임할 수 있다”며 “각 팀이 전지훈련을 떠나는 1월 중순까지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하 총장은 “현재 매각협상을 벌이는 기업이 있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협상 기간이 길어지면서 내년 시즌 파행의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KBO는 1년 중 12~1월이 가장 바쁜 때”라는 이상일 KBO 운영본부장의 말처럼 12월은 내년 사업계획 등 새 시즌의 마스터플랜을 짜는 때다. 어느 기업이 현대를 인수할지, 8개 구단이 유지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계획이 나올 리 없다. 가장 큰 문제는 내년 시즌 경기 일정표다.

 장한주 운영팀 과장은 “새 구단의 연고지를 몰라 이동거리 조정이 힘들다”고 토로하며 “8개 구단을 가정하고 짜겠지만 만약을 대비해 7개 구단 대진표도 따로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연 관중 400만 돌파로 중흥기를 연 마케팅 업무도 차질이 예상된다. KBO의 마케팅을 맡은 KBOP의 김재형 대리는 “12월에 8개 구단 담당자들과 한 해 계획을 짜고 업무를 분담한다. 내년엔 베이징 올림픽이 있어 흥행 차질이 우려되는 데다 현대 문제까지 겹쳐 대책 수립이 힘들다”고 설명했다.

◆7개 구단으로 되돌아갈 수도=최악의 시나리오는 끝내 인수할 기업이 없어 7개 구단으로 시즌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현대 선수와 프런트는 다른 구단에 둥지를 틀거나 새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 KBO는 100억원이 넘는 현대의 부채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경기 수와 일정, 심판 및 경기 인력 등 리그 운영 전반에도 심각한 변화를 초래하게 된다. 관중 감소는 말할 것도 없다.

 무엇보다 1991년 쌍방울의 가세로 성립된 8개 구단 체제가 무너진다는 건 프로야구의 퇴보를 의미한다. 이 본부장이 “7개 구단으로 시즌을 치르는 것은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고 배수진을 쳤지만 현 시점에서 8개 구단 유지가 쉬워 보이진 않는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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