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한국시리즈 태평양 부진 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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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투수력은 승리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다.투수가 아무리 잘던진다 해도 이길 수는 없다.타선이 득점하지 못하면 승부는 평행선을 이룰 수밖에 없다.
벼랑에 몰린 태평양으로서는 2차전동안 침묵하고 있는 타선,특히 중심타선이 살아나지 않는한 앞으로도 끌려다니는 경기를 펼칠수밖에 없다.
현재 태평양타선에서 가장 부진에 빠져있는 선수는 세번째타순에기용되고 있는 윤덕규(尹德奎)다.尹은 플레이오프때 12타수1안타(0.083)를 기록하더니 한국시리즈에서도 8타수1안타의 부진을 보이고 있다.중심타자,특히 컨디션이 매우 좋은 김경기(金敬起)의 바로 앞 타자가 부진하니 공격의 맥이 자주 끊기게 된다. 또 플레이오프에서 12타수5안타(0.417)를 때렸던 김용국(金用國)은 6타수 무안타,13타수4안타(0.308)를 때렸던 김성갑(金性甲)은 4타수 무안타로 각각 침묵을 지키고 있다.노련함이 단기전 승부의 열쇠라고는 하지만 약한 타 력을 커버할 수는 없다.정동진(丁東鎭)감독은 앞으로의 경기에서 이들의수비위치에 권준헌(權準憲).손차훈(孫次勳)등 보다 나은 타력을지닌 선수들을 기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지명타자에도 이숭용(李崇勇)의 출장이 예상된다.
타력과 함께 태평양이 되살려야 할 것은 자신감이다.1차전 패배뒤 2차전에서 「꼭 이겨야겠다」는 부담 때문인지 어설픈 수비가 나왔는데 이런 자신감없는 수비는 LG만 도와줄 뿐이다.2회안병원(安丙元)의 2루 악송구나 5회 박종호(朴 鍾皓)의 2루타 때 김성갑이 홈에 송구해 타자주자를 3루까지 보낸 것등은 자신감이 없어서다.
넘치는 자신감으로 1,2차전을 승리로 이끈 LG는 마치 「태평양은 우리 상대가 아니다」라는 듯 거침없이 상대를 유린하고 있다. 3차전에서 태평양은 정민태(鄭珉台),LG는 김태원(金兌源)을 선발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태평양으로서는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다.그러나 한번의 한국시리즈에서 2패를 한뒤 4승을 거둔 팀은 아직 없다는 기록이 태평양으로서는 꺼림칙 할 것이다. 〈李泰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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