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만 쫓기는 경쟁력 동병상련-후발 開途國들 맹추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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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아시아의 호랑이로 일컬어지던 한국과 대만의 경제가 경제환경의변화로 경쟁력이 약화될 위기를 맞고 있다고 영국의「파이낸셜 타임스」가 최근 지적하고 나섰다.
다음은 파이낸셜 타임스의「도전받는 호랑이들」란 제하의 분석기사 요약이다.
대만과 한국은 그동안 정부 주도의 경제정책과 싼 임금을 바탕으로 고도의 경제성장을 달성,후발개도국들의 발전 모델로 여겨져왔으나 중국등 저임을 바탕으로 한 후발개도국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잃고 있다.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고부가가치 산업구조에로의 이전을 추진하고 있으나 과거보호정책의 후유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야심적인 선진국진입 문턱에서 주춤거리고 있다.
한국과 대만이 경쟁력 향상을 위해 경제 자유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통제에 익숙한 관료들의 저항을 받고 있다는 것이 이 기사의 지적이다.대만과 한국의 관리들은 여전히 자유화의 세세한 부분까지 정해 단계적인 자유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 장하는 등 규제완화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기업들이 극복해야 할 장애물은 오히려 많아지고 있다.
양국 경제의 가장 큰 약점은 선진국,특히 일본의 기술과 부품에 의존하며 성장해 왔다는 것.양국 기업들은 최근 일본.서구기업들이 자사의 이해가 얽힌 기술의 이전을 꺼리고 있어 지속적인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삼성전자가 256메가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 특화된 몇개 분야에서는 기술적인 진보를 보이고 있으나 생산설비는 전적으로 일본에 의존해야 할 형편이다.
더구나 그동안 하청생산과 페쇄된 국내시장에 안주해온 양국 기업들은 국제시장의 흐름에 쫓아가는 수동적인 입장이었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최근 한국의 현대와 삼성등이 이미지 제고에 나서고 있으나 국제시장에서의 인식은 아직도이류제품으로 통하고 있다.
과거 정부주도의 산업보호주의,수입대체산업 육성과 전략산업에 집중지원으로 고도성장이 보장된 양국 기업들은 경쟁력이 매우 취약하다. 상업은행들도 정부의 성장정책에 묶여 경영의 효율성보다정부의 정책에 의존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한국의 경제협력기구(OECD)가입,대만의 관세및 무역에 관한일반협정(GATT)가입은 경제의 개방을 요구하고 있어 앞으로 산업전반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제까지의 증거로만 보면 두나라가 시장지향적인 개혁을 완수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이 과정에서 제일 큰 장애요인은 지난 30년간 두나라가 보여준 인상적인 경제성장에 대한 지나친 과신일 것이다.
〈兪翔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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