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건인 줄만 알았는데 …" 박수종 변호사 김씨 변호 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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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씨의 변호를 맡아온 박수종 변호사가 20일 사임했다. 박 변호사(가운데 흰색 와이셔츠.오른쪽 작은 사진)가 2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자신의 사무실을 찾아온 취재진을 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경준씨의 변호를 맡아온 박수종(37) 변호사가 20일 "김씨 변호 업무를 오늘까지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 사정"이라고 이유를 댔다. 그러면서 "처음엔 금융조사 사건만 하는 줄 알았는데…. (김씨 사건이) 이렇게 대선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이날 김씨의 누나 에리카 김이 언론을 통해 김씨 사건을 정치 쟁점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에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와 친분이 있는 한 변호사는 "박 변호사가 정치적인 이유로 김씨 일을 맡은 것으로 비춰질까봐 걱정했다"고 전했다.

김씨 측은 최근 5~6개 국내 대형 법무법인에 사건 수임을 의뢰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변호사는 "김씨 측이 새로운 변호사를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부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

-김씨의 변호인에서 사임하는 이유는.

"원래 순수한 금융조세 사건인 줄 알고 법률적인 조언을 하려 했었는데…. 김씨 가족이 선임을 부탁했을 때는 두 달 전이었다."(※대선에 임박해 사건이 전개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의미)

-이른바 '이면 계약서'는 봤나.

"얘기할 수 없다. 수사 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다."

-검찰에 계약서를 포함한 관련 자료를 제출했나.

"확인해 줄 수 없다."

-김씨 가족이 보내온 우편물의 내용은.

"아직 보지 않아 모른다. 미국에서 진행되던 소송 관련 자료인 것으로 짐작된다."

-김씨는 혐의를 인정하고 있나.

"대체적으로 부인 중이다. 단독 범행으로 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본인 혐의 부인 중'이라는 말이 정확하다."(※김씨가 주가조작과 384억여원 횡령 등의 혐의를 부인하며 다른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는 뜻임)

- "일부러 지금 온 것 아니에요"라는 김씨 말의 의미는.

"본인이 해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김씨가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한 이유는.

"혐의를 인정한 건 아니다. 짧은 심사 시간 동안에 혐의 내용이 다 조사되기 어려워 판사 앞에서 '석방'이란 말을 들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수사 상황은.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만족스러운 결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오늘자 중앙일보 1면 사진을 보니 김씨가 편하게 조사 받는 것 같다.

"요즘에는 피의자들이 대체로 편하게 조사 받는다."

이상언.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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