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일본 문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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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0세기 이후의 일본(日本)문단에는 자살한 문인들이 많다.얼른 손꼽을 수 있는 소설가들만 해도 27년 치사량(致死量)의 수면제를 먹고 자살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48년 스스로 물에 빠져 죽은 다자이 오사무(太宰治),7 1년 대중앞에서의 할복자살로 충격을 주었던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그리고 72년 가스 자살한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등이 있다.모두가 20세기 일본문학을 대표할만한 소설가들인데,자살방법이각기 다르다는 점이 흥미롭다.
일본이 유달리 자살이 많은 나라임은 이미 오래전부터 정평이 나 있다.그 이유야 여러가지겠지만 일본민족 특유의 성향탓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그 성향가운데 두드러진 것이 내향적(內向的)속성이다.이어령(李御寧)씨가 표현한 바「지지미」 (오그라듦)며,달리 표현하면「축소지향(縮小指向)」이다.
그런데 이같은 성향이 문화적 측면에서는 독특한 어떤 것을 만들어낸다.
밖의 것을 받아들이되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여과(濾過)시켜 갈고 닦은 다음 새롭고 독특한 자기들 나름대로의 어떤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유달리 보편성과 특수성의 조화를 내보이는20세기 이후 일본문학의 흐름도 기실 여기에서 연유한 것일는지도 모른다.한국적 특수성만 강조되고 국제적 보편성에로의 발돋움을 등한히 하고 있는 한국문학은 그런 점에서 일 본문학과는 차이가 있다.일본문학이 전세계에 소개되면 최소한의 공감대가 형성되지만 한국문학에 대해서는 별다른 감흥을 받지 못하는 까닭도 그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일 게다.국내에서 최대 관객동원에 성공한 영화『서편제』가 유럽에 진출했을 때 관람한 유럽인들이 저마다 머리를갸우뚱했다는 소식과도 무관하지 않다.
금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郎)가 엄밀한 의미의 전후(戰後)세대라는 점에서 한국문학의 각성이필요하다.지금의 우리문학 역시 해방이후의 세대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기 때문이다.그의 작품들이 이미 60년대부 터 훌륭하게 번역돼 널리 읽혀 왔다는 점도 우리 번역문학의 현실을 새삼 개탄하게 한다.노벨문학상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사사건건「극일(克日)」을 외쳐대면서 왜 저네들은 두차례나 타가는 상을 한번도 못타는지 곰곰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문 학 자체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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