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후보의 ‘정면돌파’ 배경 “나는 떳떳하다” 의혹 해소 자신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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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호 04면

BBK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씨가 국내에 돌아오던 16일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는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BBK 사건 당시 LKe뱅크 직원이었고 이후 자신의 측근으로 있는 이진영씨를 극비리에 검찰에 자진출두시킨 것. 이씨는 서울시장 선거 때 이 후보 측에 합류한 뒤 서울시장 비서 등을 지내며 줄곧 이 후보의 곁을 지키고 있다. 이씨는 이 후보의 또 다른 측근 김백준씨와 함께 BBK 사건의 핵심 참고인으로 꼽혀왔다. 이 후보의 개인사를 맡아봐 온 김씨는 LKe뱅크 사업에도 이 후보와 함께 참여했었다. 두 사람이 검찰 수사에 어디까지 협조할 것인가는 BBK 사건에 대한 이 후보
진영의 태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사안으로 여겨져 왔다.

이씨의 검찰 출두는 이날 아침 일찍 이 후보가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사실 전날 저녁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의 선택은 정치적 투쟁 쪽이었다.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지지율 1위인 대선 후보 측에 대한 수사가 부당하다는 점을 내세우겠다는 것이었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15일 저녁만 해도 “김백준·이진영 두 사람은 절대 검찰에 내보내지 않겠다. 검찰에 보내는 순간 대질신문 요구 등에 휘말리게 된다. 대신 변호인 의견서를 검찰에 제출하겠다”고 공언했었다. 이런 기류는 지난주 초 일찌감치 잡혔다. 실무진에선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 이 후보의 무관함을 밝히자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안상수 원내대표 등 한나라당 중진들의 생각은 달랐다. 검찰을 100% 믿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선대위의 한 관계자는 “두 사람을 검찰에 내보내고 나면 검찰이 칼자루를 쥐게 되고, 그 뒤엔 검찰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예측할 수 없다”고 분위기를 설명했었다.

그러나 이 같은 한나라당의 전략은 16일 아침 이 후보가 정면돌파를 택하면서 180도 선회했다. BBK 사건과 이 후보의 무관함을 적극 알리는 ‘공세적 방어’로 전략을 수정했다. 이 후보 측의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은 “수세적 방어로는 국민적 의혹을 불식시키기 어렵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후보가 지뢰밭이 될지 모르는 검찰 수사에 협조하기로 한 배경은 무엇일까.

이 후보는 15일 강원도 정책간담회 자리에서 “그 (BBK) 문제는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법적 문제” “대한민국 법이 아직 살아있고, 법을 담당하는 정부 조직에서 공정하게 잘할 것이라고 신뢰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 발언을 정치적 수사(修辭)로 해석했다. 그러나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사안을 법률적으로 풀겠다는 이 후보의 확고한 의지를 드러낸 발언”이라며 “이 후보는 ‘나는 떳떳하다.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라’고 강조해 왔는데 당이 이 후보의 생각을 잘못 읽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을 바라보는 이 후보의 시각과도 관련 있어 보인다. 이 후보 측은 그동안 “이 후보는 무관하다. 검찰이 공정하게만 수사해준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런 점에서 이 후보의 정면돌파 결정은 검찰을 신뢰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일 수도 있고, 검찰의 의구심을 해소해줄 확실한 증거를 갖고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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