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호의 Winning Golf <28> 클럽 대신 몸을 바꿔라목표 의식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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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호 17면

‘클럽과 연습 부족, 그리고 목표 의식의 부재, 끝으로 체력(또는 집중력과 유연성이 떨어지는 몸)….’

샷이 잘 되지 않을 때, 여러분은 무엇을 불평하는가. 얼마 전 골프 코스에서 한 골프 유학생의 행동거지를 멀리서 지켜보면서 필자는 이런 생각에 잠겼다.

‘공이 잘 맞지 않는다’며 쥐고 있던 아이언 클럽의 샤프트가 기역자로 구부러질 만큼 강하게 땅바닥을 치고 내동댕이치는 모습에서 참으로 많은 생각이 스쳐갔다. “저 학생은 왜 골프를 하는 것일까. 아니, 어느 정도의 골프 실력을 갖췄기에 골프와 클럽을 저렇게 모독할 수 있는 용기가 나는 것일까. 평소 얼마나 많은 시간을 연습했기에 그 배신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저토록 분노하는 것일까.”

동반자도 아니었고 앞 팀에서 벌어진 일이었지만 정말 민망했다. 솔직히 화가 났다.

저 오만방자한 행동이 다른 학생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거란 생각에서였다.

그쯤에서 ‘나는 과연 무엇을 불평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클럽’ 쪽으로는 마음이 미치지 않았다. 많은 라운드를 해봤지만 클럽 때문에 샷이 잘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이 채는 내게 맞지 않는 클럽이구나. 아니,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클럽이구나’하는 생각은 했어도 클럽 자체 때문이라는 변명을 하거나 화를 낸 적이 없다.

나중에 드라이빙레인지에서 만난 다른 학생을 통해 클럽의 샤프트를 망가뜨린 그 친구의 평균 스코어를 물어봤더니 90타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쓴웃음밖에 나오질 않았다.

평균 스코어 90타란 이 골퍼가 친 샷의 결과가 일단 클럽과는 무관하다는 뜻이다. 연습 부족과 목표 의식의 부재, 나태함을 함축하고 있다. 무더운 날씨를 이겨내지 못하는 나약함과 집중력 부재 등도 포함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화를 낼 대상은 클럽이 아니라 자기 자신인 것이다. 물론 그 골퍼도 자신에게 화를 낸 것이리라. 그러나 클럽은 상해 대상이 아니다. 자신의 몸을 바꾸든가, 의식구조를 갈아치우든가,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연습에 더 매달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11월 유럽프로골프(EPGA)투어 2007시즌 개막전이었던 HSBC챔피언스에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32·미국) 등을 꺾고 우승했던 양용은(35)의 얘기가 새삼 가슴에 와닿는다.

“프로골퍼들의 연간 연습량을 기준으로 아마추어 골퍼들의 연습량을 측정해 보자. 프로골퍼가 1시간 연습한다면 아마추어는 채 2분도 되지 않는다. 연습 없이 골프를 잘 칠 수는 없다.”

스스로에게 묻자. 지난 일주일 내 연습량은? 일주일에 세 차례 1시간30분씩 연습을 했더라도 하루 평균 38분 정도다. 순수 주말골퍼라면 그런대로 적지 않은 연습량이지만 이것저것 떼어내면 30분이 될까 말까다.

골프가 어려운 것은 의식만으로 운동에너지가 전달되고 있는 관절을 100% 지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을 정확하게 치기 위해서는 ‘스윙의 집’을 잘 지어야 하는데 그 집의 골격은 관절로 이뤄져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라운드할 때 클럽을 탓하는 동료에게 “비싼 돈 들여서 클럽을 교체하지 말고 아예 네 몸을 바꿔라”라고 농담하던 한 선배의 입바른 소리가 떠오른다. <브리즈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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