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여자탁구 치욕의날 설마가 현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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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설마 설마하던 우려가 마침내 현실로 드러나고 말았다.
현정화(玄靜和)-홍차옥(洪次玉)-홍순화(洪順化)의 3H가 한꺼번에 빠져버린 한국 여자탁구의 현주소가 아시안게임 참가 36년사상 최초의 예선탈락이라는 경악에 가까운 결과로 나타나고 만것이다. 58년 제3회 도쿄아시안게임에서 탁구가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됐을 때부터 줄곧 참가해온 한국 여자팀은 탁구가 빠졌던 제6회대회를 제외한 8차례의 아시안게임동안 1개의 금메달과6개의 은메달,1개의 동메달을 캐내며 만리장성 중국을 위협하는유일한 탁구강국으로 군림해왔다.
그런탓에 이번대회에 임하는 신인들의 기량이 예전 선배들만 못해도 이럭저럭 3위입상 정도는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낙관론이 우려 속에서도 절대다수를 차지했었다.
그러나 이같은 턱없는 낙관론은 지난 6일 이제까지의 각종 국제대회에서 단 한차례도 져본 기억이 없는 대만에 3-1로 패하면서 산산조각나고 말았다.
마지막 희망을 가졌던 7일 홍콩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도 3-1로 패해 예선탈락의 첫 경험이 확정되는 순간 이제 18,19세에 불과한 유지혜.김무교등 어린 주전들의 어깨는 소리없는울먹임으로 들먹거렸다.
경험부족,협회의 투자인색,장기적인 안목에서의 신인발굴 실패등온갖 비난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져나왔다.
모두들 이유있는 질책들이다.
그러나 4강진입 실패에는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있었다.
과거 선배언니들이 쌓아놓은 찬란한 금자탑을 행여 훼손할까 전전긍긍,지나치게 긴장한 것이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해 경기를 망치고 만것이다.
신인으로서 새로 시작한다는 기분아래 모든 부담감을 떨쳐버리고심기일전,당초 목표로 삼았던 복식에 전념해야 할 때다.
[히로시마=劉尙哲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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