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권배교수의행복찾는수학] 학교 기초교육의 중요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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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수학은 주로 직선과 평면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 좀 더 현실감 있는 공간의 세계는 고등학교 심화선택과정인 수학 Ⅱ에서 공부한다. 대학교 수업에서 한 점으로부터 일정한 거리에 있는 점들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많은 학생이 원이라고 대답한다. 이는 학생들의 생각이 특정한 세계에 고정돼 있음을 알려준다. 이 질문은 어떤 세계냐에 따라서 답이 다르다. 공간에서는 구가 될 것이고, 직선에서는 떨어져 있는 두 점이다.

위 개념은 사물을 가두는 형태로 바꿔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선로를 움직이는 기차를 꼼짝 못하게 하려면 앞과 뒤의 두 곳을, 수면 위에 떠있는 배는 원 같은 폐곡선으로 막으면 된다. 또 공간을 마음대로 날아다니는 모기라면 상하까지 모든 방향을 차단하는 구 모양으로 막아야 한다.

가두는 형태는 세계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그럼에도 사물에 관계없이 원으로만 막으면 어떻게 될까. 모기는 공간을 통해 빠져 나갈 것이며, 기차인 경우는 매우 비효율적인 조치가 될 것이다. 이런 현상이 일상에서 나타나지 않는 것은 사람들이 관습과 상식으로 가두는 형태를 잘 조절할 수 있어서다.

문제는 일상적인 것을 벗어나면서부터 시작된다. 추상적인 사안과 처음 부딪히는 세계는 관습과 상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기존에 이미 알고 있는 비슷한 방법을 그냥 적용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맞춤형이 될 수 없어 원으로 막아대는 것처럼 무용지물이거나 지나친 조치가 될 수 있다.

달을 보라고 하는데 멀리 있는 달은 보지 못하고 가까이 있는 손가락만 보면 올바른 처방책을 얻을 수 없다. 이러한 잘못을 피하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다루어야 할 세계가 어떠한지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추상적인 것까지를 알기 위해선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인식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들은 실용적인 영역이 편하고 끌리기 때문에 인식력에 대한 필요성을 좀처럼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학교교육은 의도적으로 보이고 만질 수 있는 실용교육보다 근본적인 기초교육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예를 들면 가두는 형태가 오로지 원 모양으로 고정된 교육이 아니라 주어진 세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다양한 생각과 그 공통점을 더 중시하는 교육이어야 한다. 근본을 탐구할수록 여러 상황들의 공통점을 잘 찾을 수 있으므로 외형적 변화에 잘 대처할 수 있게 된다.

미래학자들은 평생에 다섯 번가량 커리어플랜을 새로 짜야 하는 세상이 곧 온다고 한다. 학교교육은 물론 가정교육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 자녀의 미래를 위해 부모가 유념하고 신경 써야 할 것이 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해도 바탕인 근본은 그대로 유지되므로, 사안들을 통합적으로 보면서 공통점을 찾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자녀가 여러 사물에 대한 공통점 찾기에 흥미를 갖도록 평소에 환경을 조성해 주고, 시동도 자주 걸어 주어야 한다.

문권배 상명대 수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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