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거듭 태어나야할 장년의 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軍이 1일 건군(建軍)46주년 기념일을 맞았으나 예전만큼 신바람이 나지 않는 모습이다.폐지했던 시가행진을 4년만에 부활시키는 등 대대적인 생일 잔치를 벌이지만 겉모습의 위용(威容)과는 달리 활기를 찾을 수 없다.이같은 軍의 사기저 하는 때마침터진 장교탈영사건에 쏟아지는 비난.우려 여론 때문만은 아니라는게 군내외의 지적이다.
현역은 물론 군간부출신 인사들을 만나 보면 문민정부 들어 군이 너무 매도당한다는 푸념을 자주 듣는다.정치군인을 정리한다며우수한 인재들을 숱하게 매장했고 사회의 여러 병리현상이 터지면으레 오랜 군사통치가 가져온 군사문화 탓이라고 몰아붙인다는 것이다.일부 정치군인들의 잘못된 행태를 왜 전체 군의 모습인 양매도하느냐고 항의하기도 한다.그러나 5.16군사쿠데타 이후 30여년간 군출신이 대통령직에 앉아 있으면서 군에 대한 이미지가왜곡돼 온 게 우리의 현실이다 .국가적 불행이 축적돼 온 셈이다.사실 그동안 군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집단이었고 상당수 군출신들이 그 달콤한 위상에 탐닉해 온 것도 부인할수 없을 것이다.
문민정부의「문민」에는 바로 군부통치시대의 청산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으며 그 시절의 잘못들을 바로잡겠다는 국민적.시대적 의지가 함축돼 있다.
아울러 개혁의 핵심에 군과 군사문화가 자리잡게 됨은 필연이 아닐 수 없다.그러다보니 군이 정도 이상으로 매도되고 군출신이불이익을 당하는 사례도 없지 않았다.그러면 과연 군의 제대로 된 위상은 어떤 모습일까.
새 정부들어 서슬 퍼런 개혁의 칼날에 상처나고 잔뜩 움츠러든모습은 분명 아닐 것이다.그렇다고 잘나가던「그 시절」호령하고 군림하던 모습이어서도 안된다.특히 그때의 잣대를 들고 지금의,어쩌면 정상화 돼가는 위상을 스스로 폄하(貶下) 하는 일이 있어서도 안될 것이다.
오랜만에 씩씩한 군의 시가행진모습을 지켜보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군 본연의 위상을 하루빨리 정립해 국민의 사랑을받는 군으로 거듭 태어나기를 기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