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災보험 적용확대 배경과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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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정부가 5인미만의 영세제조업체에도 산재보상보험을 확대 적용키로 한 것은 모든 업종,모든 근로자를 보호한다는 제도의 취지를실현하기 위한 획기적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는 이들 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가장 심각한 피해에 노출돼 최우선 가입대상이면서도 사실상 사각지대에 방치돼온원초적 모순을 시정하는 것이다.
정부가 이처럼 예상을 뛰어넘은 근본적 조치를 취하게 된 배경에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배려라는 현실적 고민이 있었다.
지금까지 대부분 영세제조업체에 근무했던 외국인 근로자들은 불법체류자라는 신분상 약점때문에 산재를 당하고도 보상을 받지 못한채 출국해야 했다.
이들 외국인 근로자들은 최근 자국에서 보상을 받기 위한 모임을 결성하고 각종 시위를 벌임으로써 한국의 이미지를 크게 손상시키는등 외교적 문제로까지 비화되기에 이르렀다.
이에따라 정부로서는 산재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국내 근로자들의 기피로 심각한 인력 부족현상을 겪고 있는 영세제조업체가 외국인 인력을 더이상 받기 어렵다는 위기의식까지 갖게 됐던 것이다. 이번에 결정된 산재보험 확대방침은 노동.외무.법무부등 관련부처가 협의를 거쳐 마련한「불법취업 외국인 보호 종합대책」에포함된 것이다.
각부처는 협의과정에서 5인미만 영세사업체에 종사하는 내.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대책이 핵심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이들에 대한 복지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최소한 산재보상.임금등 근로조건만은 보호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하반기부터 새로운 의무가입대상이 될 5인미만 제조업체는열악한 근무환경과 상대적 저임금,높은 위험성때문에 내국인근로자들이 갈수록 기피하는 이른바 3D업종으로 분류돼왔다.
정부가 적용범위를 확대하면서 내.외국인 동시보호를 강조한 것은 당분간 산재정책이 외국인 근로자 보호정책과 맞물려갈수 밖에없는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결정으로 영세제조업체의 근무환경이 개선돼 서비스업종으로빠져나간 국내 근로자들을 제조업으로 다시 끌어들이고 전체 산업의 근로조건을 향상시키는 상당한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영세업체 업주는 보험료 부담이 생기지만 큰 산재 발생때 自부담으로 물어주는 것보다 나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해 산재자는 9만2백88명,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8천7백25억원이었고 5인미만 영세제조업체에서는 약 6천5백명의 산재자가 발생,5백억원정도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李夏慶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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