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정치색 짙은 평화제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아시안의 조화」「대회사상 최대 규모」.
히로시마 아시아대회가 슬로건,참가규모와는 달리 정치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스포츠관계자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대만관리의 참석을 둘러싼 중국.대만.일본은 개막을 목전에 둔 30일까지도 지루한 물밑 삼각공방을 거듭하고 있고,주최측 은「피폭(被爆)도시 히로시마」의 이미지 부각에만 정신이 팔려있다.
대만의 쉬리더(徐立德)행정부원장의 참석에 따른 中.臺.日의 삼각공방은 의외로 심각하다.
이날 히로시마에 도착한 우샤오주(伍紹祖)중국체육부장겸 올림픽위원장은 도착 첫마디에『대만의 행동은 중국인민의 염원에 반하는것』이라며 으름장을 놨다.
伍부장은『쉬리더가 스포츠를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고 있다』며『나와 선수단은 비(이날 폭우가 내렸음)와 함께 일본에 왔다』고했다. 게다가 웨이지중(魏紀中)선수단부단장은『쉬리더의 참석문제는 아직 未해결 상태다.우리는 끝까지 참석을 반대한다』며 한술더 뜨고 나섰다.
중국 스포츠관계자들은「하나의 중국」논리를 내세워 일본과 대만을 동시에 물고 늘어진 것이다.
중국측의 이같은 발언은 곧바로 일본 정계로 파급됐다.무라야마(村山)총리가 임시국회 관계일정 때문에 대회에 불참할 것이라고이시하라(石原)관방부장관이 발표한 것이다.
당초 총리참석을 기정사실화해 온 일본정부가 돌연 불참으로 선회한데는 개막식에 참석하는 쉬리더와의 접촉을 피하겠다는 인상을주고 있다.이는 도이(土井).하라(原)중.참의원의장의 불참통보에도 잘 드러난다.
스포츠제전이 정치적 타산에 의해 얼룩진 셈이다.
원폭의 참화를 상기시켜 「평화의 제전」으로 만들겠다는 취지는수긍이 가지만 한풀 벗겨보면「침략국」이 아닌 같은「전쟁피해국」이라는 점을 알리겠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는 느낌이다.
[히로시마=吳榮煥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