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배아 복제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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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미국 영장류센터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성인 원숭이의 체세포를 복제해 배아 수십 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12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는 인간 복제 배아를 만들 때 같은 기술을 쓸 수 있는 가능성을 키운 획기적인 성과"라며 "성인 영장류로부터 얻은 배아를 복제한 것은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신문에 따르면 미 오리건 국립 영장류 연구센터의 러시아 출신 슈크라트 미탈리포브 박사 연구팀은 10세의 붉은 털 원숭이 수컷의 체세포를 복제해 배아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성인 영장류의 피부 세포에서 얻은 핵과 난자를 융합하는 신기술을 사용했다고 한다. 연구팀은 또 배아세포를 심근세포와 뇌신경세포로 발전시키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탈리포브 박사는 연구 결과가 네이처지에 실리기 전이어서 구체적 내용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올해 다른 과학자들을 만나 복제된 배아 20개에서 줄기세포 두 묶음을 만들었고 검사 결과 그것이 모두 진짜 클론(복제물)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배아 복제는 기술적 문제와 윤리 논쟁으로 속도를 내지 못했지만 새 기술의 개발로 복제 배아를 만드는 효율성이 높아지게 됐다는 평가다.

그러나 연구팀은 온전한 원숭이 복제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연구가 성공할 경우 원숭이는 쥐(1997년.미국), 소(2001년.미국), 말(2003년.이탈리아), 고양이(2002.미국), 개(2005.한국), 늑대(2005.한국)에 이어 복제가 이뤄진 동물 목록에 오르게 된다.

백일현 기자

◆배아(embryo)=태아의 초기 단계가 배아다. 자연 상태에선 정자와 난자가 만나야 만들어진다. 그러나 난자에서 핵을 빼낸 뒤 대신 동물 몸에서 떼어낸 세포(체세포)의 핵을 넣어 키워도 배아가 만들어진다. 타이밍을 맞추고 전기적 자극을 주는 과정 등을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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