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 '국가 유공자' 비율 정부 부처의 27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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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12일 "보훈처에 근무하면서 유공자로 지정받은 전.현직 보훈처 직원 92명에 대한 추가 감사를 벌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일권 전 국가보훈처 차장과 같이 서류를 허위로 꾸며 국가유공자 자격을 얻은 경우가 있는지 밝히기 위해서다.

박수원 감사원 홍보관리관은 "92명에는 보훈처 현직 공무원 51명이 포함됐다"며 "보훈처로부터 건네받은 심사 자료를 바탕으로 13일 현장감사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감사원 관계자는 "조사 결과 정부 부처의 평균 국가유공자 비율이 1000명당 1.4명인 데 비해 보훈처는 1000명당 37.7명으로 무려 27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유공자 지정 과정에서 보훈처 내부의 조직적인 공모나 자기 직원 봐주기 가능성이 있어 추가 감사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보훈처의 일반직 공무원은 다른 부처 공무원들과 마찬가지로 중앙인사위원회가 주관하는 국가공무원 시험을 통과한 뒤 본인 희망과 성적에 따라 보훈처에 배치돼 근무하고 있다. 감사원은 보훈처 공무원의 국가유공자 지정 비율이 다른 부처 공무원보다 높을 뚜렷한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감사원은 유공자 자격을 허위로 취득한 사실이 드러나는 공무원은 국가유공자 등록 취소는 물론 유공자 자격을 이용한 자녀의 취업도 무효화하기로 했다. 감사원은 공무원 재직 중 공무상 상해(공상)로 국가유공자 자격을 획득한 다른 부처 공무원 1315명에 대해 추가 감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보훈처는 이날 정 전 차장의 유공자 자격 허위 취득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김정복 보훈처장은 사과문에서 "외부 전문가들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원점에서 엄정히 재심의하는 한편 다시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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