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해외칼럼

북한·시리아 커넥션과 6자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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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스라엘은 9월 6일 시리아의 핵무기 개발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시설을 공습했다. 이 사건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상업용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사진을 보면 그 시설은 북한 영변 원자로와 닮았다. 시리아는 공습을 당한 직후 그 시설을 말끔히 치웠다. 미 고위관리에 따르면 그곳에는 북한 사람들도 있었다. 이스라엘의 공습을 비난한 유일한 나라는 북한이었다. 미 정부는 언론에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공격 때문에 추락했던 신뢰도를 만회하고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경고하기 위해 시리아에 대한 군사 행동을 결심하게 된다면 이는 6자회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시나리오는 그럴듯하다. 이스라엘이 구체적인 (북한 개입) 증거를 확보하고 있을 가능성도 크다.

2003년 4월 베이징에서 열린 북·미·중 3자회담에서 북한 측 수석대표인 리근 외무성 미주국장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은 평양의 핵 억제력을 ‘확장’ ‘시위’ 또는 ‘이전’하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경고에 이어 북한은 실제로 영변 원자로에서 플루토늄을 재처리해 억제력을 ‘확장’했으며 2006년 10월 핵실험으로 ‘시위’도 해 보였다. ‘이전’도 있었을까.

미 행정부가 북한과 시리아의 관계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어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의원들은 북·시리아 커넥션에 관한 정보가 일부 그룹에만 전달된 것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브리핑을 받은 일부 인사는 정보가 공유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관심을 보였으며 더 많은 정보를 요구했다.

워싱턴의 한국경제연구소는 최근 심포지엄을 열었다. 북한이 시리아 원자로 프로젝트와 실제 관련이 있다면 어떤 파장이 일어날 수 있을까를 짚어보는 자리였다.

나는 그 심포지엄에서 북·시리아 관계가 심각하다면 미 행정부는 두 가지 상반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쪽에선 2·13 합의에 따른 2단계 비핵화를 올 연말까지 이뤄내기 위해 6자회담이 계속돼야 한다는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이란 압박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위기’ 문제가 다시 떠오르는 것을 꺼리고 있다. 이미 선을 넘은 북한과는 달리 이란은 핵무기 개발을 단념할 가능성도 있다. 미 행정부는 북한과의 문제를 논의할 외교적 기본틀 없이 외교관계가 중단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2002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문제 삼아 중유공급 중단을 결정한 뒤 외교 채널이 끊겨 북한 위기가 더 심각해졌다는 데서 얻은 교훈이다.

다른 한편으로 북한은 이미 한계점을 넘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딕 체니 미 부통령은 핵무기가 테러리스트나 테러지원 국가에 이전되지 않도록 미국이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확고히 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북한이 지난해 10월 핵실험을 한 뒤 텔레비전 연설에서 “미국은 북한의 어떠한 ‘이전’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것이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이 6자회담을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계속 진행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북한과 시리아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2·13 합의에 명시된 2단계 비핵화 조치를 완수하도록 북한에 경고하기에는 충분한 커넥션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6자회담 당사국에 시리아 또는 다른 나라와의 훈련, 인적 교류 관계를 포함한 모든 것을 신고해야 한다. 6자회담 협상자들은 정해진 일정을 지키기 위해 핵 불능화와 테러지원국 명단 제외 조치에 대해 서둘러 타협해서는 안 된다. 합의 시점보다는 신뢰도가 더 중요하다.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정리=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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