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가방 내동댕이치지 못한 게 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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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건설업자 김상진(42.구속기소)씨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구속 기소된 정상곤 전 부산국세청장은 9일 법정에서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게 인사청탁을 위해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정 전 청장은 이날 오전 11시 부산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고종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2차 공판에서 "전군표 청장에게 인사청탁을 위해 돈을 건넨 것이 맞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예, 맞습니다. 특정한 자리를 놓고 한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차원에서 제공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이날 진술은 일각에서 제기된 '관행상납'을 부인하는 것이다.

그는 또 김상진씨로부터 받은 1억원에 대해 "돈가방을 택시 밖으로 내동댕이치지 못한 것을 천추의 한으로 생각한다"고 말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당시 비가 많이 왔는데 얼떨결에 가방을 받았다. 돌려주려고 수차례 전화를 했지만 연락이 안 되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전 청장은 김씨로부터 받은 1억원에 대해서는 1차 재판 때처럼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받은 것은 아니라고 거듭 주장했다.

정 전 청장은 비교적 차분한 목소리로 검사의 신문에 대답했다. 법정을 나갈 때도 재판부와 검사석에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깍듯한 예의를 보였다.

정 전 청장에 대한 재판은 9월 7일 첫 재판 이후 정윤재 전 비서관과 전군표 전 국세청장의 수사와 맞물리면서 세 차례 연기됐다. 재판부는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기소되면 심리를 병합해 30일 오전 11시 3차 공판을 열기로 했다.

정 전 청장은 부산지방국세청장으로 재임하던 지난해 8월 26일 오후 8시30분쯤 서울 통의동 모 한정식당에서 정 전 비서관이 동석한 가운데 김씨와 저녁식사 후 식당 앞에서 김씨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부산=강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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