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진정한 언론의갈길 찾았다-중앙일보의 對독자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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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 언론이 재채기를 하면 국민은 감기에 걸릴 정도다.한국 언론의 영향력이 이처럼 직접적이고도 분명하게 전달되고 있기 때문에 언론의 이처럼 큰 영향력을 표현할 적절한 단어를 찾기 힘들다.아마「압도적」이라는 말로 표현해야만 그 영향 력을 제대로설명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일본의 언론은 미국언론과 달리「전국지(全國紙)」며 또 그 발행부수가 세계최고를 자랑하지만 우리 언론처럼 몇몇 언론이 목소리를 독점하고 있지 않다.아사히신문은 진보적인 성격을,요미우리신문은 보수적인 입장을,마이니치신문은 중간적인 입 장을,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정보적인 성격을 반영하고 있으며,또 그밖의 신문들도 일정 부분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언론이 사회 여론을 독점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또 독일의 권위지인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자신의 언론이 사회의 목소리를 독점하지 않기 위해 하루 일정부수 이상의 신문은 발행하지 않는 훌륭한 전통을 지니고 있다.일반적으로권위를 지니려면 무엇보다 실력을 갖춰야 한다.선 생이 권위를 지니려면 학생을 올바로 가르쳐야 하고,의사가 권위를 지니려면 환자를 제대로 치료해야 하며,경영인이 권위를 지니려면 회사가 적자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그리고 정치인이 권위를 지니려면 나라를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만 그 권 위가 유지될 수 있다.마찬가지로 언론의 권위는 정확한 보도와 심층적 분석을 통해 유지된다.이러한 기준에서 한국 언론을 판단할 때 정확성 보다는 신속성에 의해,사려분별력 보다는 즉흥적이고 선정적인 기준에 의해뉴스 선정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최근 한국 언론의 부정확한 보도를 꼬집는 뉴스가 일본 텔레비전을 통해 방영된 일이 있었다.김일성 사망이후의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일본 언론은 한국 언론 보도를 자주 인용했는데이것이 속속 오보(誤報)로 판명되자 낭패를 당한 일본 언론이「한국 언론은 왜 이런 오보를 자주 하는가」라는 내용의 뉴스를 방영한 것이다.그야말로 국제적으로는 한국 언론의 권위가 여지없이 실추되고 있다.
최근 中央日報는 독자를 가장 소중히 생각하는 신문,독자로부터가장 신뢰받는 신문,독자의 권리를 최대한 존중하는 신문으로 거듭 태어난다는 對독자 선언을 했다.
이를 위해 보도의 진실성에 철저히 책임을 질 것이며 오보가 있을 경우 신속하고 분명하게 정정하고 폭넓게 반론권을 존중하고,건전한 상식에 어긋나는 방법으로 취재하지 않을 것이며,언론을이용한 어떠한 이익추구도 단호히 배제하며,취재. 보도에 영향을주는 금품 향응이나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등의 실천까지도 더했다. 이제서야 한국 언론이 구각을 탈피하고 본 궤도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한국 언론의 특성 중 하나는 계몽주의(啓蒙主義)이데올로기에 의해 지배받고 있는 점이다.계몽주의는 구한말「독립신문」의 탄생으로부터 시작되는 한국 언론의 이데올로기 중에서 가장 오래된 이데올로기다.
이같은 전통은 오늘날에도 면면히 이어져 각 언론이 경쟁적으로실시하고 있는 각종 캠페인,예를 들어 자원봉사.환경보호 캠페인으로까지 연결되고 있다.이처럼 독자를 깨우쳐야 하고 독자를 교육시켜야 하는 한국 언론의 논리가 아무 부담감 없이 독자들에게받아들여지고 있다.
***언론競爭力도 제고 그러나 언론인의 자기정화 없는 계몽주의는 자칫 권위주의(權威主義)로 변질되기 쉽다.권위(權威)는 보호돼야 하지만 권위주의는 배격돼야 한다.中央日報의 이번 선언은 언론의 권위를 유지하는 첫 걸음이라고 보아진다.
혹자는 한국의 정치와 대학을 후진산업이라고 부른다.그렇지만 언론도 국제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예외는 아니다. 中央日報의 이번 선언은 한국 언론이 내수산업으로서가 아니라국제경쟁력을 갖춘 세계적인 권위지의 대열에 들어서기 위한 시작이라고 보아진다.中央日報의 이번 선언이 부디 성공해 다른 언론에서도 귀감으로 받아들여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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