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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향한 아시아의 질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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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중국은 지난달 24일 첫 번째 달 탐사 위성을 성공적으로 쏘아 올렸다. 신흥 국가로서 중국은 우주 클럽에 가입하려고 노력해 왔다.

중국이 처음으로 지구 주변을 도는 위성을 쏘아 올린 때가 1970년. 문화혁명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지금보다 나라가 훨씬 덜 발전하고 기술적으로도 뒤처져 있었지만, 계획경제 시스템 때문에 전략적 결정과 자원 투자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었다. 서구의 봉쇄에 따라 중국은 독자적으로 방위 능력을 키웠다. 방위산업 기술을 옛 소련에 많이 의지했던 인도와는 달랐다.

중국은 개혁에 시동을 걸고 24년이 지난 뒤 우주 프로그램에서 새로운 장을 열었다. 2003년 베이징은 첫 중국인 우주인을 우주로 보냈다. 이번에는 무인 달 탐사 위성을 쏘아 올렸다. 중국 정부는 10년 안에 달 착륙선을 보내고 중국인을 달로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은 1969년 아폴로 11호를 발사해 인류 최초로 달에 사람을 보냈다. 이에 비하면 중국은 이제 달 탐사 위성을 처음 보냈을 뿐이다. 유인 달 착륙으로 보면 중국이 반세기나 뒤처졌다고 볼 수도 있다. 그 차이는 분명하다.

중국은 달을 향해 질주하는 여러 아시아 국가 가운데 하나다. 일본은 수주 전 달을 향해 무인위성 가구야를 보냈다. 인도는 달 탐사 위성 발사를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에선 이 세 신흥세력이 우주기술을 개발 중이며, 일본과 중국은 이 경쟁에서 선두를 다투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국은 독자적으로 사람을 우주로 보낸 첫 나라이지만, 일본은 중국보다 더 뛰어난 탐사기구를 탑재한 달 탐사선위성을 6주 먼저 발사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인도와 미국도 자극받은 듯하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내년 달 탐사선을 다시 보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인도도 발 빠르게 뒤따르고 있다. 올 봄엔 첫 상업위성을 쏘았고 2008년에는 첫 달 탐사 위성을 보낼 예정이다. 이미 75년 옛 소련의 시설을 이용해 첫 위성을 올렸고, 80년에는 자체 로켓을 이용해 위성을 쏘아 올렸다.

이 같은 잇따른 발사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러한 실험은 분명 과학적 목적을 위한 것이다. 일본은 달 표면을 지도로 만들 것이고, 중국은 더 나아가 달에 있는 화학 물질의 구조를 분석할 것이다.

하지만 아시아의 민간 우주 프로그램은 군사적인 헤게모니 장악이 목적일 수도 있다. 미국은 이미 우주 무기 개발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말이다. 인도가 시작한 우주 비전 2020은 군대가 1000가지의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정보와 감시·인식·탐지·통신·탐색 분야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이러한 야심 찬 계획은 실행 가능성 측면에서 회의적이기도 하지만, 인도는 이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이 때문에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국제적 규범은 오늘날 더욱 중요해졌다. 평화를 해칠 목적으로 우주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현대 경제와 국방은 우주 기술과 밀접하게 연관되기 때문에 우주를 지배하면 평화와 에너지와 자원 개발을 통한 미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인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아시아에선 우주에서의 성과와 국가적 자부심을 위한 노력이 민간 우주 경쟁을 이끌고 있다. 닐 암스트롱을 한참 전에 달에 보냈던 미국이 우주 기술 개발을 유도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동시에 미국의 부정적인 주도권 걱정도 해야 한다. 미국 정부가 우주 군사 프로그램의 진행을 멈추지 않는다면, 비생산적인 방향의 우주 경쟁이 촉발될 수 있다.

우주 과학은 한 세기 동안 발전해 왔다. 그 사이 세계는 더 많은 부를 쌓았고, 기술의 교환은 달 탐사의 문턱을 낮춰 왔다. 아시아의 달을 향한 경쟁으로 우주를 품위 있게 사용하는 방식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졌다. 이제 시작이다.

선딩리 중국 푸단대 중국학연구소장

정리=백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