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상>田目日口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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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인천(仁川)북구청(北區廳)의 세금 비리(非理)사건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위아래로 복잡하게 얽힌 뇌물구조나 수십상자의 영수증철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는 모습등을 보면 복마전(伏魔殿)이 따로 없지 싶다.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어물쩍 덮고 가려던 행정부도 대통령의「철저수사」한마디에 급해진 모습이다.
모든 세무공무원의 재산등록이나 비리 수사를 위한 금융실명제의비밀보장 규정 완화같은 강수(强手)부터,총리 직속의「부정방지점검평가반」설치처럼 귀에 익은 상용(常用)수법까지 대책 풍년이다. 요즘도 이런 말을 쓰는지 모르겠지만 세금 관련 취재를 맡던시기에 이런 말을 듣고 쓴웃음을 지은 적이 있다.
전(田).목(目).일(日).구(口).
바둑을 두는 사람은 무슨 행마법(行馬法)인가 싶겠지만 실은 착복한 세금의 분배구조를 한자의 모양을 빗대 표현한,그 주변의은어(隱語)였다.
설명인즉 예전에는-이 얘기를 들은 때가 10여년은 됐으니까 대충 3공(共)때 정도로 보면 되겠다-납세자의 편의(?)를 봐주고 챙긴 뇌물을 서장-과장-계장-담당하는 식으로 4명이 밭전자 모양으로 사이좋게 갈라 먹었는데 그후 사정(司 正)이다 뭐다 하면서 뇌물착복 수법도 갈수록 은밀해져 서장빼고,과장빼고 하다 결국은 담당 혼자 챙기는 입구자 모양으로 가더라는 것이다.이런 부패구조가 비단 세무서만의 일이 아니었음은 물론이다.그동안 5,6共을 지나 문민정부에 오기까 지 몇차례 크고 작은 사정바람이 불었지만 뇌물수수 자체가 근절됐다고 보는 사람은 없다. 이번 북구청 사건을 보면 오히려 더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듯한 느낌마저 든다.다만 비밀노출의 위험도에 따라「갈라먹는방식」만 상황봐가며 바뀌어온 것 뿐이다.부조리를 말 그대로 발본색원(拔本塞源)하겠다는 강한 의지없이 항상「이 정 도는 괜찮겠지」하고 넘겨왔던 탓이다.
「생선 썩은 것은 그 냄새로 알고 사람 썩은 것은 호화로운 생활의 향수냄새로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이번에도 신분에 맞지않는 씀씀이나 많은 재산등,그런 냄새가 벌써부터 풍겼던 모양이다.그런 냄새를 일찍 맡고 썩은 부분얕 도려내 면 됐을텐데그저 덮어두려다 보니 일은 커지고 애꿎은 대다수의 공무원들까지한꺼번에 욕을 먹는 것이다.환부(患部)는 철저히 도려내야 재발을 않는 법이다.그 기회가 왔다.
〈本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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