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드에서>비쇼베츠號 순항을 기대하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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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지난 91년봄,바르셀로나 올림픽 축구예선전에 출전한 국가대표팀이 훈련하고 있던 진해훈련원을 찾아갔던 필자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당시 크라머 총감독과 김삼락(金三諾)감독의 불화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소문을 듣고 있었지만 실제 로 본 상황은 상상이상이었다.식당에서도 크라머 총감독은 독일인 트레이너.
마시지사와 함께 밥을 먹고,金감독은 멀찍이 떨어져 김호곤(金鎬坤)코치와 자리를 함께 하고 있었다.그런 내분 속에서도 당시의올림픽대표팀은 예선을 통과했다.하지만 정작 크라머의 국제감각이빛을 발했어야할 본선에서 그는 관중석에 앉아있어야만 했다.그런결과를 빚은데 대해서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당시 우리 축구계가 크라머의 능력을 십분발휘할여건을 마련해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번에 국가대표팀을 맡은 비쇼베츠감독은 우리 축구계가 대표팀을 맡기는 네번째의 외국인 지도자다.
60년대말의 독일인 클라우친, 70년대초의 영국인 애덤스,그리고 크라머 등 실패한 세사람의 지도자는 모두가 대표팀의 전권을 장악하지 못했었다.클라우친이나 애덤스는 우리 지도자와 함께「공동지휘」하는 형식을 취했으며 크라머는 총감독이 라는 위치에있었다. 그러니까 비쇼베츠는 사실상 전권을 장악한 최초의 외국인 감독이 되는 셈이다.그런 점이 아니더라도 비쇼베츠에게 거는기대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클라우친이나 애덤스는 사실상 세계무대의 1급감독이라고는 할 수 없었고,크라머는 너무 거 물인데다 독선적인 성격으로 인화에 문제가 있었다.반면 비쇼베츠는 실력과 명성도 갖췄고 월드컵팀의 기술고문으로 있는 동안 보여준 것처럼 한국적인 처신(?)에도 별 문제가 없을 듯싶다.
그리고 그에게는 야심이 있다.한국축구를 통해 세계축구계에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보이겠다는….
그 야심과 한국축구의 야망이 상승효과를 일으켜 우리 대표팀의전력을 한단계 높여주기를 기대한다.한 가지,아직도 외국인감독에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계신 듯한데,이렇게 생각하는편이 좋을 듯하다.
대표팀을 외국인에게 내준 것이 아니라 바야흐로 국제화시대를 맞아 우리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비쇼베츠라는 유능한 외국인감독을「고용」한 것이라고.그만한 능력이 우리에게는 있다.
그리고 비쇼베츠호가 순항할 수 있도록 협조를 아끼지 않는 도량이 우리 축구인들에게는 있으리라고 믿고 싶다.
〈高元政.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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