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세무비리 여야공방-여.차단야.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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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인천시북구청 세무비리 사건에 뒷짐을 지고 있던 정치권이『우리가 낸 혈세를 가로채 수백억의 부자가 됐다』는 국민적 분노가 확대되어가자 뒤늦게 발을 벗고 나섰다.
야당은 이번 사건을 문민정부의 개혁실패로 몰아 국정감사의 최대 현안으로 부각시키려 하는 반면 여당은 뒤늦게 제도적 보완책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민주계인 최기선(崔箕善)시장의 거취가 여야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민자당은 이번 사건이 과거에 집중 발생한「비리」라는 점을애써 강조해 현정권의 개혁 이미지가 상처입는 것을 차단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강삼재(姜三載)기조실장은『이번 사건으로 개혁이 아직 뿌리내리지 못한 만큼 다시 공직사회의 고삐를 죄는 기회로 삼아야 된다』고 말하고 있다.
민자당은 17일 고위당직자회의를 열고 제2 사정(司正)드라이브를 걸었다.
민자당은 재산등록.공개 범위를 전공무원으로 확대하고 대대적인민.관의식개혁운동에 착수한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특히 민자당은 그동안 의식개혁운동을 민간주도로 넘겨줬으나 성과가 미흡하다고 보고『새로운 형태의 민.관의식개혁운동에 중점을둬야한다』(白南治정조실장)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당내 일부에서『효과가 있겠느냐』는 시큰둥한반응도 있다.
또 민자당내 일부에서는 지도부의 이같은 대응이 정부의 뒷북을치는 것밖에 안된다는 비판이 있는 가운데 민주계의 핵심인 崔인천시장 거취에 대한 미묘한 시각도 있다.
민자당내 한 민정계의원은『崔시장이 민주계 핵심이 아니고 민정계였으면 벌써 물러났을 것』이라고 지적했다.이런 입장을 취하는사람들은『기강을 확립하려면 역시 윗사람부터 솔선수범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엄격한 조치 를 주문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계는 펄쩍 뛴다.서청원(徐淸源)정무1장관은『이번 사건은 오래전부터 계속돼온 비리』라며『崔시장은 개혁을할 사람으로 오히려 그로 하여금 부패를 도려내도록 격려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민주당은 인천북구청 세무비리 사건에 이번 정기국회의 승부를 걸 태세다.
이기택(李基澤)대표의 논평부터 인천출신인 김용석(金用錫)부대변인의 성명까지 17일 오전에만 네건의 성명.논평을 발표했다.
처음엔 구청 세무공무원들의 단순비리 쯤으로 봤으나 날이 갈수록사태의 규모,상하위 공무원간의 결탁 양상이 평범 한 비리수준을뛰어넘자 이를 최대한 쟁점화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인천시가 문제의 안영휘(安榮輝)북구청 세무1계장을 지난해 6월 명예퇴직시키고 7,8월엔 세무직 공무원들을 대폭 인사조치한 사실이 16일 확인되자 비판의 강도가 한층 높아졌다.인천시가 사태를 미리 파악하고 시청차원의 축소.은폐 조작을 기도했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사태의 원인이『김영삼(金泳三)정부의 개혁과 사정이 인치(人治)위주로 진행되었기 때문(柳晙相 최고위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법적.제도적 뒷받침이 없는 그간의 개혁과 사정은 허구였다는 것이다.그래서『대통령이 아무리 청 와대에서 칼국수를 먹고 있어도 아래서는 사정의 칼날이 지나가기만 기다리고있었다』고 진단한다.박지원(朴智元)대변인은 『결과적으로 국민들은 세금도 안심하고 낼 수 없는 오늘을 살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의 결연한 태도는 이기택대표의 지시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그는 국정조사권 발동을 지시하면서『민자당이 먼저 국조권 발동을 제의토록 협상해보라』고 지침을 줬다.
민자당이 이를 거부하면 비리를 싸고도는 셈이 되기 때문에 현재의 분위기로 봐서 도저히 거부하지 못할 것이란 판단이다.
〈金鉉宗.金基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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