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원화절상-업계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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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물가가 마침내 수출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원화 환율이달러당 8백원선 밑으로 내려가는 것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듯하자 수출에 피치를 올리고 있던 기업들의 시선이 일제히 환율 추이에 쏠리고 있다.
원화 강세를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은 물론 아니다.
조금씩 사정이 다르지만 지난 연말의 환율 8백8원10전을 두고 대기업들이 연초에 사업 계획을 짜면서 예상했던 올 연말의 예상환율은 달러당 8백원선 언저리였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져버렸다.
원화 환율이 조만간 8백원 밑으로 가면서 이제 「원高」시대로접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반갑지 않은 전망을 다들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당초 전망은 연말 8백5원정도를 기대했었다.아무리 환율상황이 나빠져도 올 연말까지 8백원선은 지켜질 것으로 봤다.물론 은행들이 달러당 7백90~7백95원선을 보고 있긴 했으나 그래도 최소 8백원선은 돼야만 수출채산성을 맞출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그런데 원화강세가 너무 일찍 찾아왔다.이제 채산성을 맞추기는 글렀다.』현대 자동차 실무자의 말이다.
『우리는 작년말 8백8원선이 유지된다고 보고 채산성을 맞추었다.연말께 8백원 가면 잘 가겠지 했다』(대우전자 李判雄이사). 이런 추세라면 내년 상반기까지 달러당 7백80원선까지 가는것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들도 적지않게 나오는 실정이다.의류.신발,그리고 당기순익 1억원 안팎의 중소수출업체들은 그야말로 비상이 걸린 상태다.
『정부정책이 수출이나 무역수지쪽에 두어졌다면 당연히 원화환율은 오르게 마련이다.수출드라이브도 걸린다.그러나 아무리봐도 물가안정쪽에 초점을 맞춘것 같다.원화강세를 안정의 정책수단으로 삼은듯하다.정부가 일부러 개입하지 않고 가만히 바 라만 보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현대종합상사 자금부 임원).다른 분석도있다. 『수치는 모르겠지만 정부는 연말 환율목표치를 생각해 둔것 같다.환율이 꾸준히 거기를 향해 움직이는 것으로 본다』(삼성전자 자금 담당자).
어느 쪽이든 간에 정부가 물가잡기 수단으로 통화조절을 쓰다 잘 안되자 「환율」쪽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수출을 희생시켜 물가를 잡는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쨌든 「秋夕환율」기습을 당한 수출기업들은 더 바빠졌다.
추석전 종업원 임금과 보너스를 준비하느라 수출 네고 시기를 가급적 당겼다.문제는 내년이다.
〈金光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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