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평화협정이 이룩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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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과 미국의 관계개선 가능성이 가시화(可視化)되면서 정부와여야당에서 그에 따른 우리의 대응방안이 검토되거나 제시되고 있다.정부쪽은 한동안 경색됐던 남북한 관계를 대화분위기로 이끌어가려는 방안들을 집중적으로 검토하는데 비해 정당 쪽에서는 남북한 사이의 평화협정 문제를 거론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북한이 기회 있을 때마다 제기해 온 평화협정 문제는 그저의(底意)와 부당성을 제기하는데 치중,우리의 대안을 내놓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데 소홀한 감이 없지 않았다.우리를 배제하고미국과 단독으로 평화협정를 꾀한 다음 주한미군 (駐韓美軍)의 철수를 요구하리라는 지적,또 실질 당사자인 우리를 빼놓고 한반도(韓半島)의 평화체제구축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에 머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그 대안으로 남북한 불가침(不可侵)협정을 우리는 일관되게 밝히기는 했지만 구체적 거론(擧論)은 남북한 관계가 상당히 진전된 다음의 일로 미뤄온 형편이다.그러나 이제 북한과 미국이 빠르게 접근할 가능성이 보이는 상황에서 우리 로서도 그에대비하여 평화협정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
우리가 검토해야 할 평화협정은 물론 한반도 안정의 실질적 당사자인 남북한 사이의 협정 체결이다.북한은 미국만을 상대하겠다는 논거로 우리가 정전(停戰)협정에 서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사자가 아니라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그러나 우리는 가장 중요한교전(交戰)당사자였고 현재도 정전협정에 구속되어 이를 준수하고있는 당사자다.그래서 북한은 1960년대 까지는 우리와 평화협정을 맺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었다.
따라서 북한이 우리를 배제하겠다는 것은 그들의 통일전선 전략에 억지로 맞춘 형식논리에 지나지 않는다.그런 논리를 펴면서 북한은 이미 1992년 마련된 남북기본합의서에서는 「정전상태를남북사이의 공고한 평화상태로 전환시키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한다」고 약속하고 있다.
이제는 평화협정이라는 말에 소극적으로 대처할게 아니라 그러한기본합의서 정신을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인 틀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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