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재건축해 달라” 요청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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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르면 연말부터 서울 시민들이 해당 구청장에게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기가 어려워진다. 헌 집을 헐고 새 집을 짓기 위해 정비구역을 지정할 때 조합설립 추진위원회가 구청장에게 구역지정을 제안하는 제도가 폐지되기 때문이다. 대신 구청장이 직접 정비구역 지정안을 만든다. 이렇게 되면 추진위의 무분별한 재건축·재개발 제안을 억제하고, 구청장이 도로 같은 기반시설과 주변 지역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개발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된다.

서울시는 최근 이런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의 개정안을 마련해 서울시 의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이 시의회를 통과하면 연말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조합설립 추진위는 재건축·재개발을 위해 정비구역을 지정해 달라고 구청장에게 요청할 수 없다. 대신 구청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스스로 정비구역 지정안을 만들어 주민과 구의회의 의견을 들은 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심의를 올릴 수 있다.

현재는 조합 추진위가 구역지정을 제안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청장이 그대로 받아들인다. 표를 의식해야 하는 구청장으로선 조례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정식으로 들어온 제안을 외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이미 구청장의 승인을 받은 조합 추진위는 1년 안에 종전 규정에 따라 구역지정을 제안할 수 있다.

 서울시 정병일 주거정비과장은 “조합 추진위는 주민 50%의 동의로 설립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는 주민 50%가 찬성하면 정비구역 지정을 제안할 수 있는 셈”이라며 “앞으로는 개발이 특별히 늦어지는 경우에 한해 주민 3분의 2의 동의로 정비구역 지정을 제안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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