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호의 Winning Golf<26> 타이거의 10야드 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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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 16면

‘58.3%?’

핸디캡을 낮추는 데 가장 큰 장애요인은 무엇일까. 골퍼들에 따라 정말 다양할 것이다. 스윙 테크닉은 기본일 것이고, 그 외에도 수많은 요인이 있다. 오죽하면 골프가 안 되는 이유는 100가지도 넘는다고 하겠는가. 하지만 그 수많은 이유를 내용별로 분류해 보면 딱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바로 ‘스윙(Swing)과 멘탈(Mental)’이다.

재미있는 점은 기술적인 ‘스윙’보다 심리적 요소인 ‘멘탈’의 비중이 더 크다는 사실이다. 특히 세계적인 톱랭커일수록 ‘멘탈 요인’을 역설하는 경우가 더 많다. 아널드 파머나 그레그 노먼은 골프에서 멘탈이 차지하는 비중이 80%라고 강조하는 골퍼들이다. 잭 니클로스는 “골프에서 멘탈이 차지하는 비중은 90%”라고 주장한다. 그만큼 ‘골프는 멘탈 게임’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

스윙의 기술적인 요소가 어느 정도 일정한 수준인 ‘레벨 업(Level up)의 상태’에 이르게 되면 그다음부터는 정신적인 심리상태가 게임을 지배한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멘탈의 문제는 골프 기량이 일정 수준 이상에 오른 프로 골퍼들만의 문제는 결코 아니다. 그것은 그 실력의 편차를 떠나 대다수의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도 공통적으로 해당된다.

그렇다면 플레이를 망치는 멘탈의 대표적인 징후는 뭘까. ‘화(火·Anger)’다. 화를 내게 되면 마음을 다스려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조율기능이 떨어지게 돼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골프 게임에서 화는 곧 치명적인 ‘화(禍)‘를 불러온다.

얼마 전 호주의 한 골프심리학자가 주니어 골프선수들을 대상으로 ‘현재 자신의 핸디캡이 좀체 떨어지지 않는 이유가 뭐냐’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열 명 가운데 여섯 명에 해당하는 응답자의 58%가 ‘화’ 때문이라고 답했다. 특정한 홀에서 한 샷의 실수로 말미암아 어처구니없게도 많은 타수를 잃게 될 때 ‘화가 치밀어 올라 남은 홀에서의 게임마저 망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게 응답자들의 고백이다.

물론 이들 응답자도 자신의 스윙에 결점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전반적인 경기의 흐름을 지배하면서 문제를 야기하는 최대의 적은 역시 ‘화를 내고 그 실수를 잊지 못하는 것’이었다. 반면 ‘쇼트게임 등 스윙에 문제가 있어서 핸디캡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25%에 불과했다. 그리고 나머지(16.7%)는 자신의 스윙을 믿지 못하는 경우였다.

여러분 중에도 부글부글 화가 치밀어 라운드를 망쳤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골프심리학자에 따르면 미스 샷으로 인해 화가 나고 지속될 경우에는 얼굴과 가슴 등의 혈(穴)자리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기면서 스스로 대화를 나누면 평정심을 되찾는 데 효과적이라고 한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는 어떻게 할까. 자신의 미스 샷에 대해 곧잘 화를 내는 우즈는 비록 화를 내더라도 화를 낸 지점으로부터 10야드를 지나치는 순간 모두 잊어버린다고 한다. 이것이 우즈가 평정심을 최대한 빨리 되찾는 ‘타이거의 10야드 룰’이다. 열 발자국을 넘기지 말자. <브리즈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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