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심 신지애 “경쟁 즐기는 체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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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신지애가 1라운드 3번 홀에서 주특기인 드라이브샷을 하고 있다. [KLPGA 제공]

지난 9월 KLPGA투어 KB국민은행 스타투어 4차 대회.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6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신지애(19·하이마트)는 7언더파를 몰아쳐 역전 우승했다.

올해 열린 15개 대회에서 8승을 거둬 50% 이상 승률을 기록한 신지애의 1라운드 평균 스코어는 70.87타. 최종 라운드 평균은 68.06타다. 마지막 날이 되면 첫날보다 스코어가 2타 이상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신지애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저는 빠른 그린을 좋아하거든요. 대회 때마다 최종 라운드가 되면 그린 스피드가 빨라져요. 퍼팅이 잘될 수밖에 없지요.”

1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에서 만난 신지애는 “최종 라운드가 되면 코스에 익숙해지는 것도 좋은 스코어를 내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신지애의 스윙 코치인 전현지(36) 프로는 심리적 이유를 들었다. “지애는 매일 라운드에 앞서 목표 타수를 정해놓고 필드에 나간다. ‘오늘은 3언더파를 치겠다’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1라운드 때는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마지막 날은 경쟁자와 피 말리는 우승 다툼을 해야 한다. 지애는 경쟁자가 눈에 보여야 더 잘한다.”
이제 19세에 불과한 소녀인데 큰 승부에 흔들리지 않는 비결도 궁금했다.

“똑바로 공을 치는 능력만큼은 지애가 세계 최고다. 워낙 공을 똑바로 치기 때문에 드로샷이나 페이드샷은 실전에선 잘 쓰지 않는 편이다. 갤러리가 많을수록 공을 잘 치는 것도 지애의 장점이다. 아마 어렸을 때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갤러리에게 받고 싶어하는 것 같다.”

소속사인 하이마트 최원석(36) 차장은 신지애의 긍정적인 성격을 들었다.

“신지애는 압박감을 즐긴다. 대부분의 선수는 마지막 날 압박감 때문에 무너지기 쉬운데 신지애는 반대다. 2~3타 뒤지고 있어도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인다.”

신지애는 첫날 성적이 좋지 않아 ‘슬로 스타터(slow starter)’로 불린다. 15개 대회 가운데 신지애가 1라운드에서 60대 타수를 기록한 것은 여섯 차례에 불과하다.

“그 말에 동의할 수 없다”던 신지애는 이날 스카이72 골프장 하늘 코스(파 72·6586야드)에서 개막한 스타투어 5차 대회 1라운드에서 2언더파 공동 2위에 올라 슬로 스타터가 아님을 실력으로 보여 줬다. 신지애는 “바람이 강해 이븐파가 목표였는데 첫날 언더파를 쳐 만족한다”고 말했다.

아마추어 송민영(18)이 3언더파로 단독선두에 나섰다.

영종도=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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