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벌레 박멸에도 미인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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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베스트셀러소설「개미」에는 곤충들이「페르몬」이란 화학물질을 통해 암수구별등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이 잘 나타나 있다.
최근 영국에서는 바로 그 페르몬을 이용,해충을 박멸하려는 연구가 진행돼 화제가 되고있다.
영국「옥스퍼드 어시머트리社」에서는 나무로 만든 가구.문짝에 미세한 구멍을 뚫는 나무좀벌레를 페르몬을 이용한「美人計」로 박멸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나무좀벌레 암컷이 수컷을 유혹할때 발산하는「스테고비논」이라는페르몬을 벌레가 있을만한 곳에 끈끈이와 함께 뿌려두면 수컷은 스테고비논 분자를 놀라운 감지력으로 인식,은신처에서 나와 죽음의 덫을 향해 모인다는 것.이 방법은 옥스퍼드大 동물학부가 지난 80년대 후반 스테고비논으로 좀벌레 수컷을 유혹해 잡을 수있다고 발표한 후부터 연구됐지만 자연상태에서 암컷으로부터 페르몬을 채취하는 비용이 너무 커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그동안 이용되지 못했다.
그러나 옥스퍼드 어시머트리社는 최근 수년간의 연구 끝에 스테고비논 분자를 인공합성하는 방법을 개발,나무속 미세한 구멍 속에 안전하게 숨어있던 좀벌레들이 수난시대를 맞게 됐다.
지금까지는 목재가구에 구멍이 있어도 좀벌레가 그 속에 있는지확인할 길이 없었고 살충제를 쓴다해도 구멍속 깊숙이 숨어있는 좀벌레를 효과적으로 박멸하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독성이 있는 살충제를 마구 뿌려 환경을 오염시키고 자원낭비를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이 페르몬은 다른 곤충에는 아무런 영향을 안주면서 나무좀벌레만 유인되고 그 효과도 다른 어떤 미끼보다 강력한데다 살충제처럼 독성부산물을 남기지 않아 환경오염을 일으킬 걱정도 없다.
옥스퍼드 어시머트리社는 내년 봄 시판을 목표로 「스테고비논 덫」의 실용화연구에 한창이라고 한다.
〈朱宰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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