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원리>韓經硏,930명대상 19개항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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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국인은 시장경제원리를 최고가치로 생각하는 듯하면서도 실질적으론 시장원리를 부정하고 있다는 흥미로운 보고서가 나왔다.원칙에서는 시장경제원리를 찬성하지만 구체적인 시행에 들어가면 반대하기 일쑤라는 것이다.쉽게 말해 복잡한 시장원리를 단순한 정치논리로 해석하려는 정서가 강하다는 지적이다.全經聯부설 한국경제연구원(담당 金正浩연구위원)은 기업.부동산.농수산물수입개방등에대해 한국인은 특히 그같은 오류를 많이 범한다면서 관련된 19개 항목에 대한 면접및 설문조사결과 를 내놓았다.
조사대상자는 각계인사 9백30명.대기업의 바나나수입에 대한 인식이 대표적인 예다.그로 인해 값이 내려가 소비자가 덕을 본다는 사람은 8%에 불과했고 41%가 절대반대,34%가 소비 자제,17%가 정부 규제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자 신의 이윤추구라는 경제적 인식보다는 농민보호라는 정치논리(82%)가 훨씬강한 것이다.이는 자본주의 근간인 시장원리와는 많이 동떨어진 것이다. 전세값 상승요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전세금은 임대주택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주로 결정된다.매매가격과는 뚜렷한 因果관계가 없다.현실적으로도 91년5월 이후 매매가가 떨어져도 전세가는 올라갔다.그럼에도 불구,응답자의 81%가 여전히 투기로 매매가가 올라서 전세가도 오르는 것으로 보았다.때문에 임대주택의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쪽보다는 투기꾼을 잡아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 응답자의 84%가 채권입찰제는 기존 주택가격 인상의 원인이 된다고 인식했다.그렇지만 논리적으로는 逆의 인과관계가 성립한다. 시장개방과 기업규모에 대한 인식에도 오류가 있다.응답자의 95%가 재벌이 衣類를 수입해서 훨씬 높은 가격에 파는 것을 나쁘다고 했다.그러나 시장원리를 통해 보면 사정은 다르다.
이를테면 국내시장 점유율이 높은 대기업이 있다고 치자.
이 기업은 자사제품을 계속 많이 팔기위해 외국 경쟁상품의 독점공급권을 확보한뒤 수입제품을 비싼 값에 팔려 한다.
값이 싼 자사제품을 소비자로 하여금 선호하도록 하기 위해서다.그러나 시장점유율이 낮은 회사는 외국 의류를 수입,싼 가격에팔아 이익을 내려 할 것이다.국산품 판매에 대한 공헌도는 재벌기업이 더 높은데도 오히려 소비자의 비난을 받는 다.
문제는 이같은 인식의 오류가 정책의 오류로 이어져 전체적으로우리 경제의 시장원리를 약화시키거나 왜곡시킨다는 것이다.
〈趙鏞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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