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해는뜨고 해는지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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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제1부 불타는 바다 떠난 자와 남는 자(6)장씨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런게 아냐.이런 일을 그렇게 거미줄로 방귀 얽듯이설렁설렁 했다가는 꼭 되잡히게 마련이라구.아예 이쪽에 대들어 볼 꿈도 못꾸게 혼을 내놔야지.』 징용공들의 숙사가 저만큼 바라보였다.여기서부터는 길이 골목으로 변하면서 좁아진다.
숙사 앞에 가 서며 약속이나 했던 듯이 장씨가 일부러 큰소리로 말했다.
『어쩐지 저녁에 고기 헤엄쳐간 국물을 주더라니.내 이럴 줄 알았지.』 고서방이 말을 받았다.
『뭐가 어떻다는 거여?』 『무슨 괴기건데기는 혼자 다 건져 먹었나.나는 장화 신고 들어가서 찾아 봐도 건데기는커녕 냄새도못 맡겠더구만,뭘 처먹었길래 밤새 설사여,설사가.고기도 먹던 놈이 먹는 거라구.』 『야 이놈아,똥이 무슨 죄 있냐?』 『뒷간을 혼자 차고 앉았으니 하는 말이지.』 『그렇다고! 그럼 나오는 똥을 그럼 무슨 수로 막는다는 거여.별놈 다 보겠네.
아 그렇게 급하면 아무데나 엉덩이 까고 싸라며.』 『야 이놈아,뒷간은 뭐 너 혼자,니 똥만 채우라고 지은 건지 아냐?』 『앗따 별놈.똥이라는 거는 하늘 아래 아무데다 싸도 다 거름인데 뭘 그려.』 누군가 어슴프레 잠이라도 깬 자가 있다면 저것들이 배탈이 나서 변소 때문에 서로 승강이를 하는 것쯤으로 알리라. 태성이가 목소리를 죽이며 속삭였다.
『길남이 얘긴데,자기 보고 제편이 되어서 조선사람 동태를 알아 봐 달라더라는 거야.그러면서 차라리 거꾸로 일을 하면 어떻겠느냐는 말을 하더라구.우리가 왜놈 속에 밀정 하나를 집어넣는거지.』 『세상 일이 그렇게 쉽고 호락호락한 줄 알았다간 큰일이지.만약 길남이에게 가와무라인지 하는 자가 그런 말을 했다면내 생각에는 또 한 사람을 시켜서 길남이를 감시하게 하고 있을거다.왜놈들이 어떤 놈들인데 그렇게 한수 두수 내다보 면서 겨우 일을 할 놈들 같으냐.어림없는 소리다.』 『그말을 듣고 보니 그럴 것도 같다.』 듣고만 있던 고서방이 물었다.
『그런데 길남이 그 녀석 말이다.요즘 좀 이상하지 않던가.뭔일이 있는 낌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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