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海 정부서 중요성 망각-해양보전회의문서표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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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2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韓.日.中.러 북서태평양 해양보전회의에서 채택될 문서에 東海를「日本海」로 표기하기로 우리 정부가 동의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외무부 당국자는 8일 이 문서의 日本海라는 명칭은 단 한군데서만 사용되며 그 명칭이 국제적 논란의 대상임을 회의 참여국들이 모두 인식하고 있다는 점과 따라서 이번 명칭사용이 다른 국제무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東.西海의 효율적 이용과 환경을 보전한다는「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전례가 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달고 日本海로표기하는 것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국자들의 이같은 설명은 그 중요성을 망각한 것이라는비판을 면키 어렵다.
東海의 명칭이 국제사회에서 처음 논란의 대상이 된것은 한국이유엔에 가입한 직후부터다.
정부는 지난 92년 제6차 유엔지명표준화회의에서 이 바다를 일본해로 표기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며 동해가「한국해(Sea of Korea)」로 표기돼있는 지도등 여러 증거를 들어 제시했다. 일본은 현재 사용되고 있는 많은 지도에「日本海(Sea of Japan)」로 표기돼 있음을 들어「국제적 공인」으로 맞섰다. 당시 회의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유엔기구등 국제사회는 이 문제를 미정의 상태로 계류시켜 두고있다.
韓日간에는 유엔 무대에서 문제가 제기되기 이전부터 논란이 있어왔다. 지난 86년부터 시작된 양국간 해난구조협정 체결협상이가장 대표적인 사례.
비교적 간단한 이 협상에서 한국은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자는일본측 주장을 거부하고 협상을 결렬시켰었다.
결국 양측은 고유명사를 사용하지 않고「관계국간 사이의 바다」라는 중립적 표현에 합의해 협정을 체결했다.
東海의 명칭은 역사적으로 일본이 국제무대에 부각되기 이전에는한국해로 표기된 사례가 더 많으며 일본에 서양인들이 도래하기 시작한 14~15세기 이후 작성된 지도부터 일본해라는 명칭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한국해든 일본해든 어느쪽도 역사적 타당성을 주장하기는어렵다. 두 나라 사이에 놓인 바다를 어느 한쪽 나라의 이름만을 사용해 표기하는 것은 공정치 못하고 그 시정노력 과정에 있으면서도 정부는 일본해에 동의한 것이다.
해양보전회의는 그 자체로 물론 중요하며 韓日외에 다른 나라들도 참여하는 회의라는 점에서 명칭문제로 회의의 진행을 무한정 지연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일수록 서두르지 않고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인지,이번 회의를 준비한 당국자들은 망각했다.
이번 표기가 전례가 됨으로써 그동안 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우리 정부와 국민들이 펴온 노력을 상당정도 훼손할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康英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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