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스포츠>테니스의 性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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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스포츠에서 과연 性의 대결이 가능할까.
언뜻 남녀의 신체적인 조건이 차이가 나 불가능할 것 같지만 실제로 세기적인 성의 대결이 이뤄졌다.결과는 의외로 여성의 완벽한 승리였다.
지난 73년 9월20일 미국 휴스턴 애스트로돔에서 벌어졌던 당시 세계 톱랭킹의 빌리 진 킹과 은퇴한 노장 보비 리그스(39년 미국오픈테니스챔피언)의 테니스 性대결이다.
이 당시만 해도 미국에서는 여권신장 운동이 한창 기세를 올릴때다.이러던 차에 리그스가 당시 55세의 나이로 최고의 여자 프로테니스 현역인 킹에게 도전장을 낸 것이다.
그는 이미 킹과 함께 여자 프로테니스계를 석권하던 마거릿 코트를 꺾어 기염을 토한 상태에서 킹마저 눌러 여성들의 코를 납작하게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킹은 이런 제의에 기가 죽을 여자가 아니었다.
그녀는『나는 돈만 보고 뛰는 선수가 아니다』면서『여성운동의 명분을 살리기 위해서는 그와 싸워 이기겠다』고 응수했다.
마거릿 코트가 패배함으로써 안게 된 여성들의 恨을 풀겠다고 다짐했다.
세기적인 성의 대결이 성사되자 세계의 이목이 이 경기에 집중됐다.미국의 ABC방송은 이를 전국에 생중계키로 했고 이 경기의 승자는 10만달러의 부상이 걸려 있었다.
대전에 앞서 말 싸움도 대단했다.
리그스는『킹은 경기도중 꼬리를 내리고 말 것』이라면서 원색적으로 꼬집었다.
킹은『그는 단지 노인네일 뿐』이라고 맞받아쳤다.3만명의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열린 이날 경기는 킹이 5세트중 3-0(6-4,6-3,6-4)으로 리그스를 완파해 그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고 말았다.
〈閔國泓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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