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빈볼의 저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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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25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의 빈볼(Bean Ball) 사태는 이번 시리즈의 터닝 포인트였고 두산엔 저주였다.

 3차전 6회 교체 등판한 이혜천(두산)은 SK 정근우의 몸을 맞춰 심판에게 경고를 받았고 다시 김재현의 몸 쪽으로 공을 던졌다. 양 팀 선수들이 몰려나와 집단난투극 직전까지 갔고 두산의 리오스와 김동주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허공에 주먹질을 하고 고함을 질러댔다.

 원정 1, 2차전을 잡아 사기가 극도로 올랐던 두산은 이후 흐름이 급격하게 가라앉았다.

 4차전 시작 전 두산 주장 홍성흔은 “처음과 달리 선수들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다. 이제 차분하게 경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는 “공이 몸에 맞으면 곱게 나가겠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는 오를 때로 오른 두산 선수들의 기를 꺾어 놓았다.

 1차전 완봉승의 주역 리오스는 공이 가운데로 몰렸고, SK 타자들에게 맹타를 당했다. 3차전 7회부터 막히기 시작한 두산 타선은 4, 5차전 연속 무득점으로 이어졌다. 21이닝 연속 무득점이었고, 6차전까지 합쳐서도 30이닝 2득점의 빈공이었다.

 반면 SK는 1, 2차전에서 굳었던 젊은 선수들이 풀리기 시작했고 집단 몸싸움을 계기로 투지가 살아났다. 고참인 이호준은 “3차전 기싸움에서 우리가 이긴 것이 반전의 계기였다. 그 후로 선수들이 잘 뭉쳐 연승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두산은 ‘빈볼 시비’로 필요 이상으로 흥분한 선수들로 인해 첫 2연승을 하고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한 첫 팀이 됐고, 김경문 두산 감독의 첫 우승 꿈도 함께 날아갔다.

 

인천=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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