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소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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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春秋戰國시대에는 諸子百家라고 하는 수많은 사상가들이 출현해 제각기 자기의 주장을 외쳤다.비록 사상은 달랐지만 모두「子」자를 붙였다는 공통점은 있다.
孔子.孟子.老子.莊子.荀子….물론 지금의 愛子.英子.順子.淑子.末子는 예외지만.
『漢書』를 쓴 반고(班固)는 그들의 사상을 분류해 보았다.대충 儒家.道家.法家.墨家…해서 10개 학파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았다.맨 마지막이 小說家였다.
그런데 소설가에 대한 정의가 고약했다.
『그들은 패관(稗官)출신들로 길거리나 골목에서 들을 수 있는이야깃거리를 모으는 사람들이다.작은 재주에 불과하므로 君子로서는 할 짓이 아니다.』 사실은 班固가 孔子의 말씀을 인용한 것이었다.孔子는 소설이 귀신이나 신선의 이야기를 담은 것으로 비현실적이라 해 배척했던 사람이다.
반면 그가 중시했던 것은 大道였다.孔子의 이런 관념은 결국 이야기꾼을 大說家가 아닌 小說家로 전락시키고 말았으며 소설이 孔子이후 근 2천년이 지나서야 문단에 데뷔할 수 있었던 원인이기도 하다.
우리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세계 최고의 호학군주 正祖대왕조차도 그만 도그마에 빠져 소설을 배척하였으니 문체반정(文體反正)이 그것이다.한 사람의 생각이 이렇게 무서울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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