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이상민 … 친정 KCC 울리고 LG도 격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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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서른다섯 이상민(삼성)이 불꽃을 태웠다. 전쟁 같은 치열한 경기를 치르는 운동선수들도 나이가 들면 마음의 평화를 찾는다. 덤비지 않고 상대를 분석하며 경기를 관조한다. 이상민도 그랬다. 30대가 된 후에도 그는 여전히 뛰어난 야전사령관이지만 대학생 신분으로 농구대잔치를 호령하던 시절의 그처럼 폭발하진 않았다.

 그런 이상민이 27일 잠실 KCC전에서는 다시 옛날로 돌아갔다. KCC는 그가 10년 동안 머물던 팀이다. 그곳에서 세 번이나 우승을 했고 그곳에서 은퇴를 하려 했다. 그러나 KCC가 오프 시즌 중 FA로 풀린 서장훈을 데려오면서 이상민이 튕겨져 나왔다. 그는 은퇴를 고려하다 삼성에 몸을 맡겼다.

 삼성 유니폼을 입고 치른 첫 두 경기에서 그는 그저 그랬지만 KCC의 서장훈과 허재 감독을 보면서 가슴 속 평화는 깨지고 젊음과 야성의 불꽃이 다시 타올랐다. 주업이던 패스는 동료인 강혁에게 넘기고 림을 향해 몸을 던졌다.

 외국인 선수 2명에 서장훈까지 버틴 장대 숲이었지만 그의 파이팅은 높이를 뛰어 넘었다. 그는 이날 26득점에 6리바운드·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을 104-94 승리로 이끌었다. 반면 KCC의 서장훈은 4득점이었다.

28일 그의 야성은 더욱 타올랐다. 4연승을 달리는 파죽지세의 LG를 만난 그는 장판교를 가로 막고 수십만의 적병과 싸워 이긴 장비처럼 혼자 코트를 누볐고 팀을 81-76 승리로 이끌었다. 35득점에 8리바운드·6어시스트·4스틸. 야투율이 무려 87%였을 뿐 아니라 그의 개인 통산 최다 득점이다.

 이상민의 종전 한 경기 최다득점은 2002년 1월 13일 오리온스전에서 기록한 30득점이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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