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남편 존중했더니 아이가 변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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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위대한 엄마의 조건
장병혜 지음,
중앙북스,
220쪽, 1만5000원

“아버지의 부재 속에서 아이들이 불안해합니다. 사랑하는 내 아이를 위해 아버지의 자리를 다시 찾아주세요. 그게 엄마의 책임이에요.”

2003년 『아이는 99% 엄마의 노력으로 완성된다』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던 장택상 전 국무총리의 딸 장병혜(75·사진)씨가 새 책을 내놨다. 이번에는 “남편을 보는 시각을 바꿔야 아이가 변하기 시작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다. 출간에 맞춰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장씨는 “아내가 CEO 역할을 하면서 남편을 한 집안의 명예회장이자 큰아들로 대하는 조직개편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장씨의 주장 이면에는 그의 독특한 개인사가 담겨있다. 19세 때 미국 유학을 떠났던 그는 조지타운대에서 공부하던 시절 자신의 지도교수였던 중국계 미국인 양각용 박사와 결혼했다. 상처한 뒤 삼남매를 혼자 키워왔던 양 박사는 결혼을 하자 육아의 책임을 장씨에게 모조리 떠넘겼단다. 때때로 남편이 원망스러웠다는 장씨가 올바른 자녀양육을 위해 찾아낸 노하우는 ‘아버지의 후광을 이용하는 법’이었다.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아버지의 존재와 역할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장씨는 세 아이를 모두 하버드·예일 등 미국 명문대에 보내고 변호사와 최고경영자 등으로 키워냈다.

장씨는 아버지의 권위를 지켜주는 말로 “그런 결정은 엄마 혼자 내릴 수 없을 것 같은데, 아빠가 오실 때까지 함께 기다리자”“오늘 저녁에 엄마가 아빠한테 한번 여쭤보고 내일 다시 이야기할까?”“네 생각에는 아빠가 어떻게 말씀하실 것 같니?” 등을 들었다. 반면 “네 아빠는 오늘도 늦는 모양이다”는 식으로 남편을 행동을 두고 자식과 함께 수다 떨듯 왈가왈부하거나, “너는 나중에 커서 네 아빠처럼 하지 말라”처럼 남편을 ‘좋지않은 본보기’로 제시하는 말은 금물이란다. 아이가 부정적인 아버지상을 갖게 될 우려가 커서다. 장씨는 또 남편에게는 “당신이 아니었으면 못했을 거야”“아이들도 늘 고마워하고 있어”등 칭찬의 기술을 활용하라고 권했다.

그런데 집안일에, 자식일에 무관심한 남편을 그렇게 떠받들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

장씨는 “불쌍한 대한민국의 남편들을 응원하려는 게 아니다”라며 “아이를 온전한 인격체로 키우기 위해 억울함·서운함을 잠시 접어두라”고 말했다. 아버지의 권위를 지켜줘야 아버지가 가정 밖에서 겉돌지 않게 되고, 그래야 아이들이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고생도 기쁨일 엄마들에게 참 솔깃한 ‘당근’이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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