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여성>아파트 관리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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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우리 아파트는 아줌마가 소장님이에요.』 서울자양3동 우성5차아파트에 사는 민기(11)는 자기가 사는 아파트 자랑이 대단하다. 『지난번 엘리베이터가 고장나 애 둘이 그안에 갇혔는데요,아줌마가 엘리베이터 문을 열고 들어가 구해줬어요.우 리 아줌마 소장님 대단하죠.』 전국적으로 관리소장을 의무적으로 채용해야할 아파트 수는 4천2백여곳.자양동 우성5차아파트 관리소장인鄭載花씨(34)처럼 여성이 주택관리사補로서 관리소장으로 있는 곳은 전국 50여군데.서울의 경우는 7곳에 불과하다.
『외국의 경우 재건축에 들어가기까지 아파트의 수명은 평균 60년이라고 합니다.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20년도 안돼 아파트를부숴야 하니 국가적으로 큰 손해지요.주택보급보다도 있는 아파트를 잘 관리하는 일이 더 중요한 때가 왔어요.』 鄭 씨는 아파트 관리소장의 역할이 막중함을 말한다.
그러나 3백가구 이상 규모(중앙집중식 난방장치나 승강기가 설치된 경우엔 3백가구 이하)공동주택단지의 경우 鄭씨처럼 90년4월부터 실시된 주택관리사 시험에 합격한 사람만 관리소장이 돼야한다. 그러나 현재 이런 규모의 아파트중 40% 정도는 무자격자가 관리소장을 맡고 있어 아파트 부실관리.공사관련 비리가 많은 원인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이제 서비스정신과 섬세함을 갖춘 여성들이 주택관리사 분야에진출해 활약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됐습니다.5백가구 이상의 아파트는 95년1월,5백가구 미만(중앙집중난방이나 승강기가 설치된 곳은 3백가구 미만)은 97년1월부터는 주택 관리사 시험에합격한 사람들만이 관리소장이 될 수 있습니다.때문에 최소 1천여곳까지 관리소장 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이 둘을 낳고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자 주택관리사 시험에 합격,94년1월부터 1백30가구의 梨泰院 주공1차아파트 관리소장일을 맡고 있는 朱永美씨(34)의 얘기다.
오전9시에 출근,오후6시에 퇴근하는 관리소장의 하루 일은 단지순찰로 시작된다.장마철엔 석축.옹벽등의 안전관리나 하수도의 이상 여부등 아파트를 자기집 돌보듯 수시로 감독한다.또한 1년에 두차례씩 구청으로부터 관리실태감사와 1년에 한 번씩 주민대표로부터 전표처리.경비지출내용.통장관리등에 대한 회계감사를 받는다. 관리소장직의 특징은 정년이 없다는 것과 초봉이 없다는 것.주민들의 신임을 얻고 투명한 일처리를 한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일 할수 있으며 전직 소장의 월급을 그대로 받기 때문에 초봉이 따로 없다는 것이다.봉급은 대개 세금을 다 떼더라 도 월1백만원 수준으로 높은 편이며 해마다 주민대표와 봉급 인상률을협상한다.
『무엇보다도 주민들과의 친화력이 필요합니다.주차나 방범문제와같은 주민들의 민원을 즉각 처리하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주로 주부들과 함께 상의할 일이 많기 때문에 여성들에게 적합한 일입니다.』 처녀 관리소장인 洪瀾湧씨(29.서울서초4동 세종아파트)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공사관계나 직원들을 다루는 일에 있어 남성 관리소장들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심심풀이로 할 수 있는 일은 절대 아니라고 강조한다.
올 11월로 예정된 주택관리사 시험으로 배출되는 주택관리사는2천여명.1차와 2차시험에 합격할 경우 주택관리사 자격증이 나오며 주택관리사협회나 20여개에 달하는 관리 용역회사를 통해 관리소장으로 취업한다.
시험과목은 국민윤리.회계관리.민법총칙등이다.
〈康弘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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