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성>日여대생 취업 별따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여성들은 응시해봤자 소용없다.요즈음 같은 불황기에 어느 회사가 차나 나르는 여성을 채용하겠는가.』 도요타社의 인사부 하루히코 요네타차장의 이러한 말은 일본경제가 장기침체의 깊은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동안 날로 심각해져가고 있는 대졸취업난과단순직에 머물고 있는 일본 여성들의 취업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올하반기 취업전쟁에 나선 일본 대졸자의 수는 40만2천여명이고 그중 30%가 여성이라는 것.
여성들의 취업기회는 남성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구직과정이한마디로 굴욕적이다.
『어휴.저런 뚱뚱한 다리 좀봐.』『남자친구가 없다고 말하는데그럼,레즈비언 아니요.』이는 도쿄의 유수한 한 식품가공회사의 인사부 간부들이 면접시험에 응시한 다무라양(21)에게 퍼부은 모욕적인 언사다.
신규채용규모를 줄이려는 일부기업들이「기왕이면 남성」을 채용하겠다는 방침에 근거,여성들의 취업 기대감을 애초부터 꺾어놓으려고 성희롱을 일삼자 이에 분개한 일부 여대생들은 집단시위까지 벌이는 사태가 발생했다.
도쿄의 몇몇 대학 여대생들은 지난달 면접시험 과정에서 자행되는 성차별을 낱낱이 기록해 발표하는 한편 2주전에는 노동부 앞에서 시위를 벌여 성차별종식과 책임자 처벌을 주장했던 것.그러나 이같은 현상에 대해 취업관련 전문가들은 여성들 이 교육적인배경이나 실력과는 관계 없이 기업내에서 차를 따르고 비서 일을하는 「오피스레이디」의 위치로 전락한 것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있다. 또한 일하는 여성의 20%가 취직한지 5~8년이 지나면가사와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둬 전문성을 키울수 있는 기회를 상실함으로써 기업체에서 여성들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하는 원인이되기도 한다.
〈俊〉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