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야놀자] 무늬만 온라인 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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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온라인 전용 펀드가 우후죽순처럼 나오고 있습니다. 펀드 이름에 ‘e’자가 들어간 펀드가 대개 그런 종류지요. 10월 중순까지 설정된 130여 개 전용펀드 중 올 하반기에 만들어진 펀드만 79개에 달합니다. 최근의 붐은 업계의 자발적 의지보다 정책적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입니다. 거래 편의성을 높이고 투자비용을 낮춰 펀드 투자를 활성화하자는 것이 정책적 배경입니다.

그런데 최근 설정되는 온라인 펀드들을 보면 애초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기엔 다소 미흡한 것 같습니다. 이는 특히 신규 설정 펀드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해외 펀드에서 두드러집니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모 펀드를 보면, 일반 창구판매 펀드의 연간 보수율이 2.88%인데 온라인 전용은 2.58%로 0.3%포인트 정도 낮춰 출시했습니다. 역시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모 인덱스펀드는 일반 펀드가 선취 1%에 연간 보수율이 1.28%인데, 온라인 전용의 경우 연보수율만 0.1%포인트 낮춰 출시했습니다. 한마디로 하라니 하는 시늉만 낸 셈이지요. 물론 제법 판매할 의지를 갖고 수수료를 책정한 정상적 온라인 펀드도 있습니다.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인덱스형 펀드 중에는 선취 수수료 없이 총보수율이 연간 0.29%에 불과한 펀드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국내 주식, 특히 운용사의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인덱스형에 국한된 현상입니다. 이 같은 업계의 소극적 대응으로 아직 온라인 전용 펀드의 설정액은 3000억원에 불과합니다.

운용사나 판매사 측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말이 온라인이지 실제로는 전화나 방문 상담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수수료를 크게 낮출 수 없다는 겁니다. 실제로도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상담은 상담대로 받고 돌아서서 온라인 전용 펀드에 가입한다면 판매사 입장에서 여간 손해가 아닐 것입니다.

온라인 펀드의 문제점은 투자비용에만 있지 않습니다. 상품의 특성을 잘못 이해하는 바람에 피해를 보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주식형으로 알고 가입했더니 주가지수 선물 매도 포지션 매입을 통해 하락장에서만 수익을 내는 펀드여서 손해를 본 투자자도 있다고 합니다. 상품 설명을 제대로 읽지 않았거나 펀드에 대한 지식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었을 겁니다. 물론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만 하는 인터넷이라는 한계도 있겠지요. 어찌됐건 제대로 된 온라인 펀드 투자 시대는 아직 요원한 것 같습니다.

최상길 제로인 상무 www.funddoc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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