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孝道法 발상 남의 일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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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싱가포르국회가 늙고 가난한 부모를 부양하지 않는 자식을 형사처벌할 수 있게 하는「부모부양법」의 제정을 심의하고 있다는 외신보도는 우리의 세태는 과연 어떠한가를 새삼 생각해보게 한다.
효도를 법적으로 의무화하려는 시도는 사회질서를 엄격한 법과 그의 강력한 시행을 통해 유지해온,다분히 싱가포르적 접근방식임에는 틀림이 없다.그러나 적어도 그 법의 제정취지와 동기만은 우리들에게도 공감되는 바 적지 않다.
우리 사회를 포함한 아시아 유교권사회 부모들의 자식사랑은 거의 盲目的이다.자식의 발전과 성공을 위해선 자신의 삶까지도 기꺼이 희생해온 것이 아시아의 부모들이었다.이런 자식사랑 방식에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보아야할 측면도 있다.엄밀히 말한다면 부모도,자식도 個體的인 존재일 수 밖에 없는 이상 부모가 자식을 위해 자신의 삶을 몽땅 희생하는 식의 사랑이 바람직하다고만은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부모의 사랑방식은 여전한데 자식세대들의 背恩과 이기심의 경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데 있다.부모부양 문제만 해도 그렇다.부모세대들이 생각하는 자식과의 관계는 간단히 말해 몽땅 주는 식이다.부모가 자식에게 몽땅 줄때 반드시 뒷날 그 대가를 받자는건 아니다.노후 자식에게 의지하겠다는 생각이야 분명 잠재돼 있겠지만.
그런데 한껏 뒷바라지를 해놓고 났더니 자식은 내몰라라하는 식인데 가정의 비극이 시작되는 것이다.
물론 국가에도 국민의 기본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해주어야할 책임이 있다.우리 사회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하겠지만 아직은 자식들이 맡아야 할 몫이 큰 것이 현실이다.더구나 부모봉양이라는게 물질적인 면만을 말하는건 아니다.부모가 자식에 게 기대하는것은 물질적인 면보다 차라리 정신적인 면이 더 클 것이다.이런정신적인 면은 아무리 사회보장제가 발달해도 보장할 수 없는 것이다.우리의 자랑스런 孝의 가치를 잘 유지해나가 孝道를 법제화하자는 소리가 우리사회에서도 나오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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