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권배교수의행복찾는수학] 수능 직전 마무리 공부가 수리영역 등급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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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많은 수험생이 수리영역은 단시간에 성적이 오르지 않으며 시험 직전에는 암기 공부가 더 효과적이라는 이유 때문에 공부 시간을 확 줄이게 된다. 그러나 수리영역은 막바지 학습법을 잘 해야만 그동안 공들여 쌓았던 실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우리 집 막내의 경우 몇 년 전 수리영역에서 4점짜리 문제를 틀렸는데 정시모집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아쉬운 마음이 꽤 들었다. 소수점 이하 3자리까지를 따지는 상황에서 4점은 대단한 점수였다. 그 문제는 진술된 내용 중에서 맞는 것을 모두 고르라는 것이었는데, 아는 지식만으로 답이 될 후보 2개를 고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잘 모르는 한 진술에 대한 맞고 틀림의 판단에 따라 0점과 4점이 결정되는 문제였다.

수험생들은 현재 무엇이 나올지 몰라 답답하겠지만, 지금이야말로 개념의 정확한 이해와 함께 종합력과 응용력을 향상시킬 때다. 이 능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때가 언제이겠는가. 누구나 시험을 치른경험이 있다. 시험 직전에 머리 회전이 가장 빨랐고 정리도 잘 됐으며, 집중도가 높아져 가장 수준 있는 문제들까지 다룰 수 있었다. 어느 때보다도 값진 열매를 많이 딸 수 있으므로 매우 중요한 시기다.

수리영역의 마무리 학습을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여태까지 공부했던 것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아는 문제들은 만화책 보듯이 빨리 넘어가고 잘 모르는 문제들에 집중해야 한다. 틀렸던 문제 옆에 핵심을 메모하고, 메모한 것만 보고 문제와 풀이과정을 계속 되새기자. 반복이 거듭될수록 문제에 대한 이해와 응용력을 높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조금 더 종합적이고 실생활에 관계되는 문제들을 찾아보자. 많은 수험생이 이미 알고 있는 문제에만 갇혀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사실은 시험이 다가올수록 중요한 문제들을 만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조금 부족해서 문제를 틀리는 매우 아쉬운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수리영역 마무리 학습은 지진 탐사, 물리 탐사 후에 유망한 지점을 선정해 석유를 시추하는 것처럼 임할 필요가 있다. 석유 시추는 어디를 어느 깊이까지 팔 것인가에 따라 성패가 달라진다. 수리영역에 대한 학습법도 전 영역을 얇게 파는 것보다는 유망한 곳을 깊이 있게 파고드는 방법이 훨씬 효율적이다.

막바지 시간은 가속도가 붙어 조금만 더 노력하면 훌륭한 결실을 딸 수 있는 시기다. 그럼에도 추수 직전에 손을 놓아버려 낭패를 보는 수험생들이 적지 않다. 직전에 본 문제일수록 출제 가능성이 높은 편이며, 스쳐 지나가는 한마디도 힌트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에는 몇 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마무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수험생의 수리영역 등급이 크게 출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권배 상명대 수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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