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세정개혁안쟁점>下.경쟁력 강화차원 기업배려 미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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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높은 세율은 탈세범을 양산할 뿐 아니라 대외경쟁력도 떨어뜨린다.」 정부가 세제개혁안을 만들면서 기본 원칙으로 삼은 내용이다.실제로 소득세나 재산세의 최고세율을 낮추면서 단계를 줄이겠다고 한 것이나,그동안 갈피를 잡지 못했던 기업의 감가상각제도를 바꾸기로 한 것 등은「개혁」이라는 표현이 전혀 어색 하지않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러나 조목조목 뜯어보면 아쉬운 감이 많다.
우선 憲裁의 헌법불일치 결정으로 토초세가 절름발이가 된 상태에서 아무런 방비책 없이 상속.증여.양도세등의 최고세율을 10~15% 포인트씩 내린 것은 이번 세제개혁이 자칫「가진자에 대한 특혜」가 돼 버릴 공산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율인하를 통해 과표양성화의 첫발은 내디뎠지만 과표양성화를 위한 행정적인 조치는 미흡하기 때문에 나오는 소리다.
또 본격적인 地自制실시를 앞두고 만들어진 이번 개혁안이 지방세 개편 작업을 어느정도 염두에 두었는지도 의문이다.
이번에 세율이 큰폭으로 낮아진 세목의 대부분이 부동산 관련 세금인 점을 감안하면 종합토지세나 취득세 같은 地方稅와의 연계성을 높이는 일이 과거 어느 세제개편때보다 절실하다는 지적인 것이다. 그런데도 정작 이번 개혁안 작성 과정에서 국세를 담당하고 있는 재무부와 지방세를 맡고 있는 내무부간의 협의는 전혀이루어 지지 않았다.
WTO(국제무역기구)체제 출범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입에 대비해 우리 기업이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기업과세를 국제기준에 맞춰 고친 것도 이번 개혁안의 두드러진 특징으로꼽힌다.특히 감가상각제도의 개편은 기업들이 쌍수 를 들어 환영하고 있다.
다만 법인세율을 30%(과표 1억원 초과)로 2%포인트 내렸다고는 하지만 올 7월부터 농특세 2%를 내고 있는 기업 입장에서 보면 실질적인 인하 효과는 하나도 없다는「평가 절하」가 나오고 있다.
또 30%라는 세율만 놓고 봐도 경쟁국인 대만(25%)에 비해서는 아직도 높은 수준이어서 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좀더과감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이번 세제개혁안에서 가장 중점을 둔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 금액을 4천만원이상으로 한 것에 대해서는 이론이 많다.
금융소득이 4천만원을 넘는 사람의 수는 대략 10만명 정도로이들이 전체금융소득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추산이다.
기준금액의 높고 낮음을 떠나 이들이 조세저항을 일으킬 경우 정부는 만만치 않은 부담을 안게 되고 결국 말썽많은 토초세의 재판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마련한 개혁안의 큰 줄기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는 만큼세세한 사항에 대한 보완을 해나가야 한다.
〈宋尙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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