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안방이 무서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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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프로농구 KCC 허재 감독의 올 시즌 목표 중 하나는 시즌 시작과 함께 날아가 버렸다. 그 목표는 홈 전승. KCC는 홈 개막전부터 동부에 대패했다. 그 대신 KCC는 KT&G의 홈인 안양에 가서 화풀이를 했다.

 적지에서 KCC를 무너뜨리고 즐거워했던 동부도 홈인 원주 개막전에선 SK에 덜미를 잡혔다. 홈 개막전에서 진 건 SK도 마찬가지다.

 2007∼2008 시즌이 개막한 뒤 22일까지 팀당 두 경기씩 모두 10경기가 치러졌다. 이 중 홈팀이 이긴 경기는 세 경기뿐이다. 홈 승률은 30%, 원정 승률이 70%다. 거꾸로 가고 있다.

 프로스포츠에서는 홈 승률이 높다. 이른바 홈 어드밴티지다. 홈팀은 경기장에 익숙하고 원정의 피로가 없으며 홈팬들의 응원을 받아 아드레날린 분비가 늘어난다. 가끔은 심판의 유리한 판정을 받기도 한다. 모호한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홈팀 편을 들어주는 경우도 있고 관중의 응원 때문에 무의식 중에 홈팀 쪽으로 동화되는 경향도 있다. 그래서 올 시즌 프로농구 홈팀 부진은 이례적이다.

여러 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첫째로 이적 선수들이 유난히 많았던 올 시즌 첫 홈경기에서 지나치게 긴장했다는 것이다. 홈 개막전에서 프로 데뷔 후 최악의 경기를 한 서장훈(SK)이 대표적이다. 국내는 경기장 간 이동거리가 길지 않아 원정의 피로감이 덜하다. 상대 선수가 자유투를 할 때 골대 뒤에서 막대 풍선을 흔드는 관중도 다른 나라에 비해 얌전한 편이다. 홈 어드밴티지가 아무래도 적다.

 개막전을 치른 감독들은 “심판들이 오히려 원정팀 편을 들더라”고 하소연했다. 이번 시즌이 아니더라도 국내 농구 홈 승률은 낮다. 지난 3년간 54∼58%로 NBA의 지난 시즌 홈 승률 59.4%에 못 미친다. 홈 승률은 관중 동원과 직결된다. 구단 프런트들은 “홈에서 60% 이상은 이겨 줘야 한다”고 하소연한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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