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이 ‘BBK 주가조작 의혹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의 한국 송환을 승인하면서 그의 귀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씨에 대한 검찰 조사의 내용에 따라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이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회사 돈 380억원을 빼돌린 뒤 여권을 위조해 미국으로 달아난 적이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한때 김씨와 동업한 적이 있다. 또 이 후보는 BBK 사건으로 피해를 봤다며 김씨를 고소했지만, 범여권에서는 이 후보의 사건 연관성을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이 후보 측의 석연찮은 태도다. 김씨가 미 연방법원에 한국 송환명령에 대한 항소를 취하하자 이 후보는 “국민의 돈을 갖고 도피한 김씨는 빨리 와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미국의 이 후보 변호사는 김씨에 대한 신문이 끝날 때까지 송환을 늦춰 달라고 했다고 한다. 미국 법원이 김씨의 송환을 승인한 뒤 이 후보 측 대응도 묘하다. 이 후보는 “순리대로, 법대로 대한민국에 들어와서 조치를 받는 게 좋다”고 했고, 한나라당도 “김씨가 귀국하든지 말든지, 언제 귀국하든지 떳떳하다”고 했다. 그런데 이 후보 캠프 내의 법조계 출신 의원들은 “김씨의 대선 전 귀국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후보의 입장과 캠프의 입장이 다르니 의혹을 스스로 불러일으키는 셈이다.
물론 3년 이상 송환을 완강히 거부하던 김씨가 갑자기 자진 귀국하겠다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대선을 눈앞에 둔 지금이 협상에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고, 국내 정치세력의 유혹을 받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후보가 떳떳하다면 김씨의 송환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우리 국민은 이제 삼류 정치공작인지 진실인지 냉정히 판단할 수 있는 수준에 와 있다.
이 후보가 나서서 한나라당과 선대위의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앞에서는 김씨의 송환에 찬성하고 뒤로는 반대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국민은 이 후보가 의혹을 털고 대선에 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